2007년 4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구 유세장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어 세계로 통하는 하늘길을 열어주겠다." 그리고 당선 후인 이듬해 7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한 건설계획은 아주 건설적인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이 열어주겠다는 하늘길은 건설적이기만 했지 경제성이 없었나보다.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떨어졌다. 두 지역은 100점 만점에 반에도 못 미치는 39.9점, 38.3점을 각각 받았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30일 후보지를 심사하고 밀양과 가덕도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정부는 평가위의 판정을 받아들여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30일 신공항 관련 회의를 주재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공항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결정이 본의 아니게 지체돼 지역간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회견에 앞서 김 총리로부터 신공항 백지화 결과를 보고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몹시 무겁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고뇌가 매우 큰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 영남은 신공항을 두고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 경남, 부산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으로 두 동강이 났다. 한 여성 시의원은 "영남권 신공항은 밀양에!"를 외치며 눈물의 삭발을 했고 수천 명의 시도민들이 모여 수차례 궐기대회를 열었다. 두 편으로 나뉘어 여론몰이, 정치권 로비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된 그야말로 난타전을 벌였다.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 후보 시절에 내세운 공약이 자행한 결과이다.

 여기서 지역 이기주의는 잠시 덮어두기로 하자. 포인트는 영남 지역 주민들이 서로 자기 동네에 공항을 세우겠다고 혈안이 되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리더의 정확한 방향 설정과 과정에 대한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대통령이 되고자 국민들에게 공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對)국민 약속이었다. 공항이 건설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신공항 건설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백지화된 것에 대해서는 정부의 심사 결과이니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2년 전 '타당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얻고서도 정부는 정치적 활용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대통령의 불투명하고도 신속하지 못한 의사 결정으로 온 나라가 필요 이상의 에너지 소비를 한 셈이다.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구성원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구성원과 함께 온 힘을 다해 액션해야 한다. 그 비전이 구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비전에 문제가 있다면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구성원들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면 끝나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계속 된다. 믿고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에게 이 대통령은 비전에 대한 진정성도 잃고 지도자로서의 신뢰도 잃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4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필이면 만우절에 이뤄지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기대하기에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