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리 예술마을
지난 26일,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내린 헤이리 마을. 3월의 중순인데도 제법 쌀쌀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곳 헤이리는 박찬욱, 김기덕 영화감독을 비롯하여 문화예술가 380 여명이 작업실, 갤러리, 공연장 등을 운영하는 예술마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 주민의 발의에 의해 일본대참사 피해 성금 모금 및 바자회를 ‘korean Spirit'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한다고 하여 찾게 되었다.

현수막을 설치하고, 테이블 위에 주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꺼내고 있는 장숙희씨. 기자를 보자 반갑게 웃으면 악수를 건넸다.

원수의 나라를 우리가 왜 도와야하나?

▲ 짧은 공간에 마련된 바자회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8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았다는 장숙희씨. 마을에서 국학기공을 전하고 있고 HSP 플래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 씨는 지난 3월 11일 일본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소식을 접하고 회원 커뮤니티에 “일본 대참사에 구호의 손길을...Korean Spirit”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리고 불과 1주일 만에 주민회에서 채택되어 일본지진 피해 성금 모금 바자회를 열 수 있었다고.

“최근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에 대해 심경이 복잡하잖아요. 일부 주민은 웃으면서 원수의 나라를 우리가 왜 도와? 라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장숙희 씨는 “일본 국민은 안타깝지만, 일본 나라는 미워한다는 마음들을 넘어서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어요.”라며 “이러한 것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되나 고민되었는데, 사해동포애를 비롯하여 많은 단어가 나왔지만, Korean Spirit으로 채택된 것을 보면 더 놀라웠다.”라고 말하였다.

장숙희씨는 일부 기독교 목사의 발언과 달리, 지금 ‘일본은 전 인류를 대신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말한 일지 이승헌 총장님의 글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자연재앙이 누구를 선별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우리도 받을 수 있고요.”

라고 말한 장씨는 인터뷰를 10분도 하지 못할 만큼, 부지런히 주민들을 맞이하며 바자회 물품을 팔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바자회에 내놓아

 

▲ 박찬욱 영화감독의 친필 사인이 담긴 저서(가운데)를 비롯하여 예술인들의 작품들.

이날 바자회에는 독특한 물품들이 많았다. 천연염색스카프, 옹기컬렉션, 초코레티아, 핸드메이드 악세서리, 직접 구워 만든 도자 접시 등이었다.

강복영 촌장은 “거액의 성금을 내는 곳도 많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주로 자기가 다루고 있는 작품을 내놨다. 옹기박물관에서는 옹기를, 초코릿박물관에서는 초코릿을 냈다.” 라고 하였다.

강 촌장은 무엇을 냈을까? “저는 한글 서예와 전각을 하고 있어요.” 라며 “제가 만든 티셔츠 10점을 냈다.”라며 웃으며 말하였다.

눈에 띄는 물건에는 박찬욱 영화감독이 직접 친필사인한 저서 『박찬욱의 오마주』가 10권 있었다.

이날 바자회는 1시간 30분간 이어졌고, 총 70만 원의 판매를 기록했고 성금은 250만 원이 모여졌다. 조만간 헤이리 마을에서 모인 작은 정성이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닿게 될 것이다.

▲ 이날 바자회의 긴급구호팀장을 맡은 장숙희씨와 헤이리 마을 강복영 촌장

장숙희씨는 “지금은 한달에 2번 놀토에 맞춰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모티브원에서 기공을 한 시간을 지도하고 있다.”라며 “파주가 추워요. 4월에 갈대공원에서 국학기공을 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꿈이 있다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브레인아트페스티발처럼 큰 행사를 열고 싶다고 수줍게 말한 장숙희 씨. 혼자서 행사 하나를 거뜬히 해내는 일솜씨에 조만간 큰 행사도 열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