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불효한 사람이 저지른 세태를 풍자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고려시대의 장례풍습 내지는 고래로부터 내려온 장례풍습이라고 일컬어지고, 병든 어버이를 지게에 지고 내다버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러한 해석은 '고려시대에는 효자가 한명도 없었다'는 논리로 치닫고, 이는 우리 선조를 스스로 비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연 고려장이란 그런 것일까, 찬란한 우리의 고려 역사를 한순간에 불효막급한 것으로 전락시킨 고려장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티벳에는 조장(鳥葬)이라는 장례풍습이 있다. 조장은 새에 의한 장례를 말하며, 그 새는 독수리와 까마귀가 주이다. 주로 4000m이상 되는 티벳의 황량한 고원에서 이 장엄한 장례는 치러진다.
조장을 집행하는 사람은 '돔덴(천장사)'이라고 하고, 신분상으로는 하층계급이라 이 '돔덴'들은 사망 후에 조장을 치르지 않고 주로 수장(물에 의한 장례식)된다.

조장을 집행할 때는 가끔 돔덴 혼자 정해진 사원에서 선의식을 치른 후 조장을 지내기도 하지만, 보통은 몇 구의 시체를 미리 관절부위를 부러뜨려 축 늘어뜨리고 업기 좋게 하여 몇 km를 오르는데 그 모습이 실로 비장하다. 우리네 인생자체가 고통이듯 산자에 의해 업혀가는 망자나 유족들의 심정은 별 차이가 없다. 삶이란 육체라는 것만 보면 참으로 허무하다. 아무리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것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새벽 일찍 해뜨기 전에, 풀조차 몇 포기 남지 않는 곳에서 돔덴들은 익숙한 솜씨로 붉은 옷을 입고 염불을 올린 후 길이 70~80cm 정도 되는 날카로운 칼로 망자를 둘러싼 베를 잘라내고 능숙하게 사지를 독수리가 먹기 좋게 절개한다. 우두머리를 위시하여 공중에서 선회하던 독수리 떼들은 수 십 마리씩 사체주위를 둘러싸고, 그중에 성질 바쁜 놈들은 새치기를 하다 돔덴에게 혼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수리들은 돔덴이 비켜줄 때 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주변에 짙은 향을 피워 망자에게서 나는 역한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돔덴이 자리를 비켜주면 새들은 순식간에 내장하나 남기지 않고 앙상한 뼈만 남긴 채 먹어치운다. 그러면 돔덴은 다시 딱딱한 두개골을 망치 같은 것으로 사정없이 부수고 아직 선혈이 묻어나는 뼈를 곡식들과 정성스럽게 섞어 새들에게 던져준다. 이것이 티벳의 조장풍습이다.

언뜻 보기에 저럴 수가 있나 싶지만 이 조장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단적으로는 인간의 주검조차 자연의 생명체들에게 유익하게 쓰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냥 썩으면 토양이 병들겠지만 육신의 한계에 집착하지 않고 또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순환을 위해 기꺼이 내주는 것이다. 우리 몸은 땅에서 얻은 곡기와 코로 들이마신 천기로 유지되니,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희생을 하였겠는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자살은 자연에 대한 커다란 배신행위인 것이다. 우리 몸은 한때 생선의 과거이고 소와 돼지의 과거이고 무와 배추의 살아있던 과거였다. 그것들이 그들 나름의 영적성장을 위해 우리 몸에 들어오려고 얼마나 많은 비를 맞고 따가운 햇살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도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조장 풍습의 뿌리는 바로 우리의 이른바 고려장(고래장)이다. 고려장은 자식이 부모를 업고 지게나 수레 등 수단을 이용하여 산중이나 섬 등 아주 산자수명한 곳으로 가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그 속의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 고래장은 우리 고유의 장례풍습으로 죽음 직전의 가장 거룩한 수행법이었다.

자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아버지는 준비된 약간의 음식을 며칠을 두고 취한 후, 그것이 떨어지면 단식에 들어간다. 단식하면 영혼과 육신이 너무도 맑아진다. 그리고 감정을 그치고, 숨을 고르게 쉬며 일체의 집착을 내려놓은 후 정신과 육체의 이탈을 시도하는 것이다. 평생을 같이한 몸뚱이에 감사하면서 이 정신이 있게 한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 머리 숙이는 것이다.

삶의 실체는 '무아'이고 '무상'이며 '고'이다. 죽음에 이르면 손톱하나 가지고 가지 못한다. 육신너머에 고귀한 영혼의 떨림과 신성의 울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거룩한 영혼의 종자와 신성의 빛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육신을 돌려주고 정신이 돌아가는 법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집착을 내려놓고 남김없이 육신은 자연에게 돌리는 조장에서 우리는 그 분들의 드높은 의식을 느낄 수가 있다.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보내고 영혼은 수양한 만큼 고양된 지고의 곳(천화명당)으로 간다는 사상이다. 이렇듯 고려장은 가장 영적 수준이 높은 우리고유의 장례문화이다. 현대는 화장을 많이 하는 시대이지만 고려장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경남국학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