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울을 한번 바라보자. 웃는 얼굴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물어보라. 
몸이 무거운가? 마음이 무거운가? 어떤 것이든 단번에 없앨 묘약을 소개한다. 제주 무병장수 테마파크에서 2박 3일을 보내는 제주 명상 단식이 그것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글로 옮긴 '제주 명상 단식 체험기'를 통해 간접체험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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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아바타 숲에서 나무와 하나가 되다.

 비행기를 탄 게 얼마 만인지. '물 건너'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에 도착했다.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냥' 채워지는 느낌이 들며, 꽉 죄는 듯한 스트레스가 '언제 그랬지?'랄 정도로 날아가 버렸다.

 제주시 애월리에 있는 무병장수테마파크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제주 토박이라는 버스 기사에게 제주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묻자 "우리 집 앞마당이 최고지. 내가 성산리에서만 40년 살았거든." 라고 하신다. 세상에, 앞마당이 성산 일출봉이라니. 평생 돈 주고 여행할 필요는 없겠다.

 국학원 정류장에 도착하니 무병장수테마파크에서 마중을 나온다. 조금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 수고롭게 차를 타고 마중을 나온 정성에 놀랐다. 단식을 앞둔 마지막 식사로 식당에서 노오란 호박죽을 한 그릇 먹었다. 수련원에서 직접 재배하고 요리까지 한 웰빙 식품이란다.

영화 '아바타'에 나올 법한 난대림에는 다양한 나무가 자유분방하게 뻗어 있었다. 지난여름, 그곳에서 맨발 산책을 한 외국 명상팀의 모습이다.

 이어서 효소 단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2박 3일동안 밥 대신 효소 500cc와 감잎차, 바나듐 함량이 높은 치유수를 충분히 마시라고 한다. 완전히 굶기지 않고 효소를 마시라는 것도 감사한 데 약수까지... 벌써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명상팀과 함께 나선 첫 여행지는 납읍리 난대림이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애월읍 금산공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올레길 15 코스에 속해있기도 하다. 온난한 기후대에 자생하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아왜나무, 모밀잣밤나무 등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는데 한 그루, 한 그루가 이름만큼이나 자유분방하게 뻗어 있다. 줄기와 가지까지 덮어버린 푸른 잎이 마치 '아바타' 원시림에 온 것 같다. 중반쯤 접어들자 원장님이 나무 한 그루를 정하고, 그와 교류하며 명상을 하란다. 내가 택한 것은 곡선이 멋진 종가시나무이다. 나무를 안고 초록으로 덮인 숲을 그대로 호흡하니 마치 뇌 속으로 나뭇가지가 뻗어 가는 듯하다. 발끝으로 나무뿌리가, 머리 위로 줄기가 뻗어 나가 땅끝, 하늘 끝까지 가 닿을 것 같다.

 난대림을 뒤로하고 산방산 탄산 온천에 몸을 담갔다. 제주도민이 먼저 추천한다는 이곳은 세계 3대 천연 탄산 온천이라고 한다. 탄산가스는 모세혈관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데, 물에 들어가니 몸에 생긴 기포가 포근하게 몸을 감싸 피부에 기분 좋은 열감이 난다. 고혈압, 순환장애, 류머티즘 등 성인병에는 물론, 피부미용과 아토피에도 좋다고 하니... 얼씨구, 내 몸아! 제대로 호강하는구나!

 

 둘째 날. 바람과 하나 되고, 바다와 하나 되고...
 
 단식만 하려다가 하는 김에 간까지 정화하기로 했다. 맛이 오묘한 간사랑 차와 효소, 감잎차까지 마시니 배가 부르다. 단식 때문에 굶고 배가 고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바나듐 함량이 높다는 물도 도시의 물보다 훨씬 달다. 몸이 그대로 흡수하는 느낌이다.

 오전에는 군산 오름으로 향했다. 제주도에는 언덕 같은 오름이 약 368여 개나 있다. 화산재가 식어 만들어진 검은 암석에 오랜 기간 쌓인 흙과 나무가 덮여 있고,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난 검은 바위가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있다. 낮은 담쟁이 덩굴이 바위를 감싸 안고 오른 모습이 정겹다. 흙냄새를 맡으며 돌 구경, 풀 구경 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자리를 잡고 햇살과 바람을 맞이하며 명상에 잠긴다.

 "... ...!"
 들고 나는 호흡에 제주의 푸른 하늘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오름 정상에서 하는 명상. 제주의 푸른 바람이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단식하지 않는 일행이 제주도 별미라는 갈치정식을 먹는 동안 효소병을 들고 근처의 천지연 폭포로 산책을 나섰다. 가족, 친구, 연인들과 정겹게 산책하는 관광객 사이에서 혼자 산내음을 마시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다. 폭포는 3단으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 폭포, 햇빛에 반사되며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이 시원하다.

 두 번째 폭포로 가는 길, 걸음을 붙잡는 절경에 열 걸음도 못 가고 셔터를 눌러댄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예쁘니?"
역시나 갯벌의 숨구멍 같은 검은 돌과 하늘보다 더 파란 에메랄드 빛의 폭포수, 불규칙하게 뻗어 오른 나뭇가지... 폭포까지 가려면 시간도 부족한데 아름다운 제주의 땅이 날 자꾸 붙잡는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쏘아보지만, 이내 그 풍경에 눈·코·마음까지 씻어내린다.  

 결국 두 번째 폭포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명상 팀에 합류했다. 다음 코스는 월평에서 대평으로 이르는 올레길 8 코스다. '올레'는 원래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라고 한다. 제주 여행을 검색하면 관광단지나 관람거리가 많이 나오지만 역시 제주의 진면목을 보는 데에는 올레길만한 데가 없다. 발끝에 찰랑대는 파도와 끝도 없는 바닷길을 걷다 보면 머리도, 가슴도 '화아~'하게 풀리고 깨끗해진다. 

 

 맨발로 바다에 뛰어든다. 차가운 바닷물, 발가락을 파고드는 검은 모래, 발끝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정겹다. 올레길 8 코스는 리조트가 들어서서 꽤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촬영지에도 들러 길라임과 김주원이 첫 키스를 했던 벤치에서 명장면을 재연하며 웃음보가 터졌다. 누가 현빈이고, 누가 하지원인가요? 

 

승마명상의 파트너가 되어준 잘생긴 말, 피스

명상원으로 돌아왔다. 단식 산책치고는 좀 많이 걸은 셈이라고 하던데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오히려 펄펄 날아다니는 것 같다. '승마'이란 말에 눈이 또 번쩍 뜨인다. "그 유명한 제주 말인데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어?" 가까이서 보는 말은 참 '잘 생겼다'. 가장 잘생긴 말 '피스(Peace)' 위에 올라타고, 명상원 근처를 타박타박 걸으니 땅을 짚는 발굽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전해진다. 훈련장에서 가볍게 뛰어본다. "등 뒤에 태워줘서 고맙다." 피스의 걸음을 몸 전체로 느끼며 피스에게 말을 건넨다. 

 저녁 역시 맛있는 효소로 해결하고, 풍욕을 했다. 정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피부로 제주의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조용하고 텅 빈 공간이 바람과 나, 둘로 가득 채워진다. 내 피부를 거쳐 장기로, 혈액으로 제주를 가득 품는다. 다 비운다. 그리고 가득 채운다.

 

 셋째 날.  3kg 감량, 몸은 가볍고 가슴은 뜨겁다. 
 
 일찍 일어나 간사랑 차, 감잎차를 마셨다. 오! 몸이 한결 가볍다. 20여 년 내 몸에 쌓였던 탁한 기운이여, 안녕! 겨우 사흘 만에 몸무게가 3kg 줄고 허리둘레도 3인치 줄었다. 보식기간에도 조심해야 하지만 다이어트까지 되니 왠지 뿌듯하다.

 오전에 '일지 기 가든' 투어를 했다. 하얀 단군 할아버지가 제주를, 대한민국과 지구를 평화롭게 바라보고 계신다. 뒤로는 제주대학교 교수들이 직접 조각했다는 47대 단군 할아버지가 각각 돌에 조각되어 있다. 아직 47기가 다 완성된 것은 아니고 기부금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더 만들어진다고 한다. 단군 할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자니 내 가슴에 온 한민족의 정신, 코리안스피릿(Korean spirit)이 숨 쉬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이 행복하면 나뿐 아니라 인류를 사랑할 큰 마음이 생기는 게다.

 '기 가든' 역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쌓은 돌 정원이다. 미로같은 담장을 따라 동굴에도 들어가고, 흙길도 걷는다. 봄이 와 꽃이 피면 참 예쁘겠다. 널찍한 돌판 위에서 명상에 잠겨본다.

한 돌, 한 돌 새겨진 단군할아버지. 앞에 계신 분이 8대 단군 우서한이다.
한 돌, 한 돌 새겨진 단군할아버지. 앞에 계신 분이 8대 단군 우서한이다.

 

 국궁도 해볼 수 있었다. 호흡과 함께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스포츠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방에서 된장 찜질과 일라이트 팩을 하며 명상 단식의 마지막 점을 찍기로 했다. "된장 찜질은 장기에 독소를 빼내는 디톡스 다이어트요법으로도 유명해요. 일라이트도 유해 물질을 흡착 제거하고 향균 효과가 뛰어나 피부 트러블 완화에 아주 좋은 점토물질이고요. 기분 좋으시죠?" 원장님의 말씀이 꿈결같이 들려온다. 일생에 이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한 적이 있었던가.

 무병장수테마파크에서는 개인 뿐 아니라 가족 명상, 단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창의성과 집중력을 키우는 자기계발 키워드로 명상이 주목받는 요즘, 평화의 섬 제주에서 일생에 남을 황금 휴가를 보냈다. 내가 자연과 하나로 이어져 있음이 피부로, 가슴으로 와닿았다.

 

 일상에 복귀한 지 일주일 째. 단식 전에는 어떤 일을 결심하는데 한참 끌던 내가 단식 후 바로 선택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몸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벼워진 것일까?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단식의 효과라 한다. 게다가 발만 닿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제주 땅에서라면 금상첨화. 변화의 기점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명상과 단식의 황금 티켓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