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스님 달마선원(禪 문화 예술원) 원장

따뜻한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지난 10월 13일 조계사 마당에서는 어른의 키 만한 붓을 들고 달마도를 그리는 범주스님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국학원 건물 앞쪽에 커다랗게 보이는 ‘홍익인간 이화세계’ 글씨의 주인공인 범주스님은 2004년에 삼족오를 그리는 퍼포먼스로 국학원의 개원을 축하했고, 그런 인연으로 국학신문의 제호를 친필로 쓰기도 했다. 이처럼 국학원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범주스님은 30년 선묵 작품을 결산하는 자리를 가졌고, 그곳에서 선묵화와 국학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선묵화는 본래 참선하는 스님들이 마음을 닦는 하나의 수행 방법이라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그 중에서도 선의 원조인 달마대사를 통해 더 맑은 기운을 전할 수 있습니다. 내 출가의 목적은 ‘참 나’를 찾는데 있었고, 그것을 위한 참선수행과 제가 가진 예술성을 하나로 하는 길을 추구하다보니 선묵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됐습니다”

조계사 전시장에는 달마도 뿐 아니라 도자기, 병풍을 비롯하여 현대미술과 접목된 2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처음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수행정진의 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이 국학원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004년 6월 5일, 사단법인 국학원 개원식에서 삼족오그리기 퍼포먼스를 하고있는 범주스님

“국학원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풍류도 원장과의 인연으로 시작됐습니다. 예술과 율려를 통해 자아와 만나고 무아가 되는 것이 풍류도 아니겠어요. 제가 하는 이 선화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인연이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요. 또 제 글씨에 수행의 기운이 담겨있어 국학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제호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스님이 직접 쓰신 홍익인간 이화세계에 대해서는 모든 생물에게 이익을 주고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불가에서 말하는 보살행(깨달은 후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을 위해 사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이라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국학에 대한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외래 종교와 사상이 들어와 있어 굉장히 혼란스럽고 중심이 없어요. 이런 시대에 한국의 정신이 현대에 맞게 살아나면 한국국민으로서 정체성도 살아나고 한국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세계적인 정신지도국이 될 수 있겠지요” <서혜진 희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