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듯 따뜻한 그림, 보고 난 후에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한 번 이 작가의 작품에 매료된 이들은 푹 빠진다. 그 그림은 강한 매니아층을 만드는 힘을 가진다. <도자기>는 교과서 등재가 확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과 감각이 남다른 호연 작가의 세계.
예술가들의 영감은 신이 내린 축복과 같이 다른 차원에서 이뤄질 것만 같은 그런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작가에게 직접 물어서 그 불가사의한 영역과 창작의 비기를 함께 들어보자.

오랜 친구 같은 존재
그녀의 그림은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동그란 얼굴과 순박한 캐릭터로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이 그냥 보여준다. 그를 통해 작가의 세계를 여지없이 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거침없는 선과 이미지, 수없이 반복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이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작업인데 호연작가의 전공은 뜻밖이었다.
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네이버 웹툰 <도자기>로 데뷔하며 현재 <단군할배요!>를 연재하기까지 한 번도 펜을 놓은 적이 없다고 밝히는 호연 작가. 그림과 만화는 그 이전부터 자신의 한 부분으로 삶을 같이하고 대변한 오랜 친구와 같다고 한다.

내 손은 심부름꾼
그림을 그려보면 작가조차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고 솔직히 밝힌다.

"그림은 지식으로 되지 않죠. 작업을 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았으나 무의식적인 세계가 나오기도 하고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죠. 마음을 열고 집중하면 느낄 수 있어요. 순수의 세계가 펼쳐지고 제 손은 그 세계를 펼쳐주는 심부름꾼과 같죠.”

호연 작가의 생활 패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명상을 통한 내면으로의 깊이가 더해졌을 때라고 한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것
“2008년도 명상을 접하며 작업을 대하고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했던 제 작업들과 주변 상황도 그냥 알게 되는 것이 생겼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지식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제가 전공했던 미술사학에서도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다른 태도를 취하고 바라봤던 것 같아요. <도자기>를 연재했을 때 그런 태도가 드러났죠. 그냥 우리 것을 어느 연도에 어떤 역사적 의미와 어떤 양식을 가진 것인가 하는 지식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자기 부모와 역사에 대해서도 어떤 잣대와 판단이 아니라 '그냥 사랑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현재 연재하고 있는 작업 중에도 “<단군할배요!> 7화 작업할 때였죠. 아이가 꿈에서 아빠에게 안기는 장면이 있어요. 그리면서도 맘이 많이 아팠어요. 명상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만화들의 대다수 스토리에 엄마를 잃었다거나 잃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했어요. 아기공룡 둘리, 하니 그 외 많은 캐릭터가 그렇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근원을 향한 무의식적인 그리움이라는 걸 느꼈어요.”

 감성적인 작가의 손끝을 타고 나오는 그림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했다.

“철이 드는 것. 그것이 수행이라고 봐요. 그림 그리는 것, 생활하는 것, 모든 것이 수행이 될 수 있죠. 그 안에 감사함이 찾아들면 바로 하는 것 아닐까요? 제 그림은 제 손처럼 열심히 심부름을 하겠죠. 바른 철학을 정신을 알리고 공감하며 전하는 역할, 그림과 함께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고 그 작업이 바로 제겐 명상이죠.”

 깊어진 호연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벌써 <단군할배요!>다음편이 기다려진다.

[출처: 브레인비타민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