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만세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을 하기 이전부터 우리는 1917년 대동단결선언, 1918년 무오독립선언, 2‧8독립선언 등을 통해 세계만방에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천명해 왔다. 이들 선언문에는 우리나라만의 독립만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공통적으로 동양과 세계의 평화, 인류공영과 평등에 대한 사상이 담겨있다.

1917년 7월 ‘대동단결의 선언’은 향후 독립국가의 모습을 국민주권국가로 규정했으며, 1919년 2월 무오독립선언과 2‧8독립선언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함과 동시에 ‘육탄혈전’ ‘혈전’이라는 용어를 통해 목숨을 걸고 최후의 일인까지 항전할 것을 결의했다.

반면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은 평화적이고 온건한 운동을 표방하여 비폭력 무저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일본의 신의 없음과 정복자의 욕심을 꾸짖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등 지나치게 유약하며 민족자결주의나 중국 등 외세에 의존적이고 당시 국제정세를 잘못 파악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윌슨의 자결주의가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의 식민지에 해당될 뿐 승전국측인 일본이 강점한 한국에는 적용될 기회가 없으며 당시 일본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 각 선언마다 담고 있는 내용과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1917년 7월 신규식과 박용만 등 독립운동지도자 14인은 ‘대동단결의 선언’을 발표했다.이 선언은 조소앙 선생이 기초했다. 국내외 독립운동단체의 단결을 호소한 이 선언의 가장 큰 특징은 황제의 주권이 국민에게 선양되었음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독립 이후 건국할 조국의 모습은 왕정복고가 아니라 국민주권국가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 선언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기초가 되었다.

대동단결선언 “독립한국의 모습은 왕정복고가 아닌 국민주권국가”

그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융희 황제가 삼보(토지 인민 정치)를 포기한 경술련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가 이를 계승한 8월 29일이니 그동안에 한순간도 숨을 멈춘 적이 없음이라. 우리 동지는 완전한 상속자니 저 황제권 소멸의 때가 즉 민권발생의 때요, 구 한국의 마지막 날은 즉 신한국의 최초의 날이니, 무슨 까닭인가. 우리 대한은 무시 이래로 한인의 한이오 비(非)한인의 한이 아니니라. 한인 사이의 주권을 주고 받는 것은 역사상 불문법의 국헌이요. 비한인에게 주권양여는 근본적 무효요, 한국의 국민성이 절대 불허하는 바이라. 고로 경술련 융희 황제의 주권포기는 즉 우리 국민 동지에 대한 묵시적 선위니 우리 동지는 당연히 삼보를 계승하여 통치할 특권이 있고 또 대통을 상속할 의무가 있도다.”

무오독립선언에서 사해인류를 감싸 안는 우리의 건국 기치를 밝히다

1919년 2월 1일 만주와 러시아 지역에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지도자 39명이 ‘대한독립선언서’로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선포했다. 이때가 음력으로 1918년 무오년어서 일명 무오독립선언서라고 하는 이 성명서는 조소앙 선생이 기초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선언서이다.

대종교 2대 교주 김교헌을 비롯해 김규식, 김동삼, 김약연, 김좌진, 김학만, 여 준, 유동열, 이 광, 이대위, 이동녕, 이동휘, 이범윤, 이봉우, 이상룡, 이세영, 이승만, 이시영, 이종탁, 이 탁, 문창범, 박성태, 박용만, 박은식, 박찬익, 손일민, 신규식(신정), 신채호, 안정근, 안창호, 임 방, 윤세복, 조용은, 조 욱, 정재관, 최병학, 한 흥, 허 혁, 황상규 39인이 서명하였다.

대한독립선언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완전한 자주독립국임과 민주의 자립국임을 선언하고 민족을 스스로 보호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결코 사사로운 원한의 감정으로 보복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일본의 사기와 강박, 불법적인 무단통치를 규탄하여 한일병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세계의 평화와 평등하게 사해인류를 감싸 안는 것이 건국의 기치임을 선포했다. 건국의 기치가 인류평화와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홍익정신임을 천명한 것이다. 2천만 동포에게 육탄혈전(肉彈血戰)으로써 독립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독립선언서의 내용을 현대어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대한 동족 남매와 온 세계 우방 동포여, 우리 대한은 완전한 자주독립과 우리들의 평등복리를 우리 자손에게 대대로 전하게 하기 위해 여기 이민족(異民族) 전제(專制)의 학대와 압박을 벗어나서 대한 민주의 자립을 선포하노라.

우리 대한은 예로부터 우리 대한의 대한이요, 이민족의 대한이 아니라, 반만년사의 내치 외교는 한왕 한제의 고유권이요, 금수강산의 고산려수는 한남 한녀의 공유 재산이요, 기골문언이 구아에 뛰어난 우리 민족은 능히 자국을 옹호하며 만방과 화합하야 세계에 공진할 천민이라

우리나라의 털끝만한 권리라도 이민족에게 양보할 의무가 없고 우리 강토의 촌토라도 이민족이 점령할 권한이 없으며, 한 사람의 한인이라도 이민족이 간섭할 조건이 없는 것이어서 우리 한토는 완전한 한인의 한토이다.

슬프다! 일본의 무력이여. 임진 이래로 반도에 쌓아 놓은 악은 영원토록 가리거나 숨기지 못할 것이며, 갑오 이후 대륙에서 지은 죄는 모든 나라가 용납치 못할지라. …… 십년 무단통치의 작폐가 여기서 극단에 이르므로 하늘이 그들의 예덕을 꺼리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주실세, 하늘에 순종하고 인도에 응하여 대한 독립을 선포하는 동시에 그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탄한 죄악을 선포하고 징계하노라.

1.일본의 합병 동기는 그들의 소위 범(凡)일본주의를 아시아에서 실행함이니, 이는 동양의 적이요,

2. 일본의 합방 수단은 사기와 강박과 불법 무도한 무력폭행을 극도로 써서 된 것이니, 이는 국제법규의 악마이며,

3, 일본의 합방 결과는 군대 경찰의 야만적 힘과 경제 압박으로 종족을 마멸하며 종교를 강박하고 교육을 제한하야 세계 문화를 저장하였으니 이는 인류의 적이라.

그러므로 하늘의 뜻과 사람의 도리와 정의 법리에 미쳐서 만국의 입증으로 합방 무효를 선포하며 그의 죄악을 응징하며 우리의 권리를 회복하노라.

슬프다! 일본의 무력이여. 작게 징계하고 크게 타이름이 너희의 복이니, 섬은 섬으로 돌아가고, 반도는 반도로 돌아오고, 대륙은 대륙으로 회복할지어다. 각기 원상대로 회복함은 아시아의 바램인 동시에 너희도 바램이니 만일 미련하게도 깨닫지 못하면 모든 화근이 너희에 있으니 복구자신(復舊自新)의 이익을 반복하여 알아듣게 타이를 것이다. ……

우리 독립은 하늘과 사람이 모두 향응하는 순수한 동기로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함이요, 결코 눈앞의 이해에 우연히 충동한 바가 아니며, 사적인 원한에 관한 감정으로써 비문명한 보복수단에 자족한 바가 아니다. 실로 항구 일관한 지성의 격발로써 저 이민족으로 하여금 깨닫고 새롭게 하여 우리의 결심은 야비한 궤정을 초월하야 진정한 도의를 실현함에 있다.

일체의 방편[一切方便]으로 군국주의와 전제주의를 삭제하여 민족 평등을 세계에 널리 베풀지니 이는 우리 독립의 가장 으뜸가는 뜻이요, 무력으로 병탄하는 일을 근절하여 평등한 천하의 공도(公道)로 진행할지니 이는 우리 독립의 뿌리가 되는 강령이요, 몰래 맺는 조약과 사사로운 싸움을 엄금하고 대동평화를 널리 알릴지니 이는 우리가 나라를 되찾을 때 되새겨야 할 사명이요,

동등한 권리와 부를 모든 동포에게 베풀며 남녀빈부를 고르게 다스리며,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나이든 사람과 어린 사람에게 고르게 하여 사해인류(四海人類)를 감싸 안을 것이니 이것이 우리 건국의 기치요, 나아가 국제사회의 불의를 감독하고 우주의 진선미를 드러내 보일 것이니 이는 우리 대한민족의 시세에 응하고 부활하는 궁극의 의의니라.

정의는 무적의 칼이니 이로써 하늘에 거스르는 악마와 나라를 도적질하는 적을 한 손으로 무찌르라. 이로써 5천년 조정의 눈부시게 훌륭함을 세상에 높이 드러낼 것이며, 이로써 2천만 백성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니, 독립군이여, 들고 일어나라! 독립군이여, 성취하라!

천지라는 곳에서 한 번 죽음은 사람이 면할 수 없는 바이니, 개·돼지와도 같은 일생을 누가 원하는 바이리오. 죽음으로써 어짊을 이루면 2천만 동포와 한 몸으로 되살아날 것이니 한 몸을 어찌 아낄 것이며, 집안이 기울어도 나라를 회복되면 3천리 옥토가 자가의 소유이니 일가(一家)를 희생하라!

아 우리 마음이 같고 도덕이 같은 2천만 형제자매여! 국민본령(國民本領)을 자각한 독립임을 기억할 것이며, 동양평화를 보장하고 인류평등을 실시하기 위한 자립인 것을 명심할 것이며, 하늘의 명령을 크게 받들어 절대적으로 사악한 그물에서 벗어나는 건국인 것을 확신하여, 육탄혈전(肉彈血戰)으로 독립을 완성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