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지>는 신라 눌지왕 때의 충신 박제상이 지었다는 책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역사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 되었다. 한국 상고사 연구의 최고 자료로써 <한단고기>와 쌍벽을 이루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

'부도(符都)'는 하늘의 뜻에 맞는 나라, 또는 그 나라의 서울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1만 4천년전 파미르고원을 발원지로 펼쳐졌던 한민족의 상고문화를 다루고 있는데, 단군시대와 단군 이전의 한웅시대, 그 이전의 한인시대, 그 이전의 마고성 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부도지>는 마고성시대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고대 문화와 철학, 사상의 원형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의 시원을 밝히는 일이 인류의 근원과 각 민족의 문화와 이동 경로, 고대 문화의 뿌리를 캐는 일이며, 일찍이 세계경영의 웅지를 드높였던 한민족의 긍지를 되찾는 일임을 웅변한다.

[박제상 지음, 김은수 번역 및 주해, 부도지, 한문화 2002, 표지글에서]

서론:
영국의 공상과학자 웰스(H.G. Wells)는 <세계의 역사(World History)>라는 책을 1922년에 출간해내면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까지의 역사에 관한 서술들은 이 세계가 히브리인들의 구약성서 처음에 기록된 창세기의 시작을 대략 서기 전 4004년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역사는 약 6,000여 년 된 줄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 역사는 무려 20억년 이상이나 된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의 기록은 겨우 6,00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6,000년 전의 역사는 인도의 간지스강 유역의 판쟙(Panjab)평야에 자리잡은 모헨도자로(Mohendojaro)에서 시작하여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의 중간지대인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그리스어의 Meso는 ‚중간’이란 뜻이고, Potamia는 ‚평야’라는 뜻이다)의 문화로 연결된다. 이것이 20세기 초까지 서양사람들의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공상과학소설가인 웰스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박제상은 신라시대의 인물로서 <부도지>라는 역사책을 기록할 때에는 서기 5세기 초엽이었다. 그때에 그는 이미 1만 4천년 전부터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그것도 신화나 설화의 선사시대가 아니라 정확한 사료에 의한 역사적인 사건들과 논리적이며 학구적인 사유를 기틀로 하여 기록한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사마천의 <사기>나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의 <역사서(Historia)> 보다도 더 역사적인 사관에 투철했던 박제상의 <부도지>를 <세계인의 역사서>로 내어 놓을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책의 서두에는 최근 우주입자물리학에서 밝혀내고 있는 많은 이치들이 거론되고 있어서 더 더욱 흥미롭다. 우리는 박제상의 이와 같은 역사기술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도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을 감히 시도해 본다.

 

 

1. 우주 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에 보여진 초기우주에서의 음파의 시대
1964년 미국의 천문과학자 아르노 펜지아스(Arno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은 '주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Cosmos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R라 함)'라는 것을 발견하여 1978년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 받게 된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7억년 전에 빅뱅(Big Bang)에 의해 형성된 초기우주(Early Universe) 또는 우주맹아(Universe Embryo)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다. 빅뱅의 이론이 입증된 것은 40만년이 경과된 이후의 초기우주의 온도의 하강과정이 CMBR로 부터 전해져 오고 있으며 우주의 생성과정이 소상하게 정보로 기록되어서 마이크로웨이브를 타고 137억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에 지구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CMBR에 의하면 초기 우주의 생성과정은 음파에 의하여 감지가 되고 있는데 그것이 <부도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율(律)과 려(呂)라는 개념이다.

 

초기 우주에서는 약 4억년 동안의 암흑기가 있었는데 그때에는 오로지 우주의 교향곡만이 연주되던 때이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우주의 대교향곡(Great Sphere Symphony)이 연주된 때가 있었다고 가르쳤다. 이에 관한 상세한 연구논문은 2004년 4월에 웨인 후(Wayne Hu)와 마틴 화이트(Martin White)에 의하여 처음으로 '우주교향곡(The Cosmic Symphony)'이라는 논문으로 발표가 되었다.

초기 빅뱅의 온도인 섭씨 10조 5천억도 (태양중심온도의 100만 배로 최근 CERN의 실험결과 얻어진 정보)에서 40만년 동안에 서서히 하강하면서 4억년간 온도의 차이로 인한 파장들이 생겨났는데 이는 마치도 장황한 우주교향곡이 연주되는 듯 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온도의 차이에 의하여 생겨난 파장은 기본 음에서 세 개의 옥타브를 형성하여서 모두 네 가지의 음계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아래의 그림은 초기 우주의 음의 파장을 파이프 오르갠의 음으로 표시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부도지>에서는 바로 이러한 초기우주 때의 광경을 소상히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마고성은 지상에서 가장 높고 큰 성으로서 천부를 받들어서 선천을 계승하였다. 그 성을 가운데로 하여 네 방향에는 네 명의 천인이 자리하고 있는데 각기 피리들을 모아놓고 음을 조정하였다. (麻姑城 地上最高大城 奉守天符 繼承先天 城中四方 有四位天人 堤管調音)"

이러한 <부도지>의 처음의 서술은 초기 우주에서 네 개의 옥타브로 되어 있는 음의 파장의 조정에 의한 매우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었다고 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가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주입자물리학에서 „우주 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라는 현상에서 밝혀진 것이다.
 


▲ [Wayne Hu, Martin White: The Cosmic Symphony, April/2004, p.48]
 

 

박제상이 주후 5세기경에 어떤 경로로 이러한 과학적인 내용을 서술했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신비스런 일이다. 그가 오늘날과 같은 '우주 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에 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가? 박제상이 그 당시에 우주의 생성과정을 음악의 파장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현대적인 이해이다. 현대 우주입자물리학에 의하면 온도의 요동은 음파의 동요로서 각종의 천체들이 생성되는 원인이 된다. <부도지>는 이러한 현대과학적인 내용을 계속하여 전개해 나가고 있다.

우주의 시대에는 선천시대와 후천시대가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1년인 129,600년에서 빙하기 29,600년을 제외한 10만년 중에서 선천과 후천이 각기 5만년임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천시대에는 '실달(實達: 눈에 보이는 실체)' 위에 '허달(虛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의 물질)'이 함께 있었다.(竝列) 그리고는 햇볕만이 따뜻하게 내려쬐고 있을 뿐 구체적인 눈에 보이는 물체는 아무것도 없었다. (火日暖照 無有具象)

이러한 서술은 빅뱅 이후의 40만년이 지난 초기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물체(천체, 성운 등)들은 우주 전체의 4%에 해당하며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물체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96%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때에 초기 우주의 빅뱅에서의 온도의 하강과정에서 따뜻한 햇볕 같은 열기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는 현대 우주물리학적인 서술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오직 8려(呂)의 음만이 하늘에서 스스로 울려 내려오니 (唯有八呂之音 自天聞來) 눈에 보이는 물질(實達)과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물질(虛達)이 모두 이 음 가운데로부터 나왔다. (皆出於此音之中)

 

빅뱅이 있은 후 40만년 뒤에 온도의 하강과 함께 네 개의 옥타브의 음의 파장이 생겨나면서 우주의 공간에는 음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한 상태에서 4억년이라는 세월 동안에 높은 온도의 열기 이외에는 눈에 보이는 물체라곤 사실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기간을 암흑세대라고 하는데 오로지 우주교향곡만이 연주된 시기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75%의 수소개스와 25%의 헬륨개스만이 존재해 있었다. 그리고 초기우주의 온도는 매우 높았었다.

 

<부도지>에서는 마고성과 마고 자신도 이러한 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마고성이 생겨난 때가 짐세(朕世)인데 이것은 선천과 후천의 중간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한편 짐세 이전 즉 선천의 말기에 별들이 출현했다고 <부도지>는 서술하고 있다. (星辰己現) 그리고는 짐세가 몇 차례 종말을 맞이했을 때에 (즉 후천의 시작 직전에) 마고는 궁희와 소희의 두 딸을 낳아서 오음칠조의 음절을 맡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또 궁희와 소희가 네 천인과 네 천녀를 낳아서 천인에게는 율(律)을, 천녀에게는 려(呂)를 맡도록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도지>의 설명에서는 오음칠조 (오늘날 단조와 장조의 음계를 말함)의 음악을 궁희와 소희의 두 여인이 맡았고, 네 천녀들이 음인 려(呂)를 맡도록 하고 네 천인들은 율(律) 즉 수(數)를 맡도록 했다는 것이다.
 


▲ 빅뱅에서부터 초기우주, 암흑의 시대를 지나 천체들이 탄생하여 137억년이 지났다 (출처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