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가 됨에 따라 정보 홍수 속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운동부족, 늦어진 취침시간으로 인한 수면장애 또한 현대인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잠은 쌓인 피로를 풀고, 낮 동안 얻은 정보를 정리, 저장하여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수면을 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생활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잠은 중추신경계의 활성화, 에너지 저장, 체온조절을 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체리듬을 능동적으로 제공해 주는 동시에 불필요한 기억의 삭제 및 중요정보의 저장을 통해 두뇌 인지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불면증


 한의학에서는 “기운이 낮에는 양(陽)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뜨고 깨어나며, 밤에는 음(陰)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잔다”라고 한다. 밤에 잠이 들려면 낮에 머리로 몰려 있던 기운(氣運)이 심장 아래로 내려오고, 피부 겉으로 돌던 기운(氣運)이 내부 장기로 들어와야 잠을 이룰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밤에 기운(氣運)이 심장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잠을 전혀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이 일어나고, 잠이 들더라도 양(陽)의 기운(氣運)이 위에 아직 남아 있으면 그 에너지가 뇌에 작동하여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꿈과 현실을 오가는 선잠 속에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잠은 호흡처럼 인간의 자연스런 생리현상의 하나로 인식되어져 그 중요성이 낮게 평가된 것 또한 사실이다. "바빠 죽겠는데 잠 잘 시간이 어디 있어?"라는 식으로 잠을 단순히 피로를 푸는 수단으로, 심하게는 잠자는 시간 자체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조화로운 건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는 것’이 비싼 보약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수면장애에는 입면장애, 숙면장애, 조기각성 3가지


 수면장애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잠이 들기 힘든 입면장애(入眠障碍), 잠이 들긴 해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숙면장애(熟眠障碍), 그리고 잠이 들어 자다가 일찍 깨어나서 다시 잠을 못 이루는 조기각성(早期覺醒)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면의 시작조차 어려운 입면장애(入眠障碍)는 대체적으로 생각이 많고, 예민하여 낮에 지나치게 긴장된 상태에서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일어난다. 저녁에 뇌파가 안정이 되지 않고 계속 낮의 각성 상태에 머물러 나타나는 수면장애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 체조를 해서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내쉬는 호흡위주의 호흡법과 명상을 통해 마음도 안정을 시켜준 뒤 잠을 청하면 뇌파가 쉽게 안정이 되어 잠들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숙면장애(熟眠障碍)는 평소 생각과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과 함께 몸의 기혈순환이 잘 안되어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과 노폐물의 배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날 수 있는 수면장애 증상이다. 대표적으로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수면 중 무호흡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언뜻 보면 숙면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이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이 풀리지 않아 몸이 찌뿌둥한 상태를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의 대처법은 자기 전에 목 주위를 체조나 지압으로 충분히 풀어서 기혈순환을 좋게 해주고 누워서 잘 때 바로 누워서 자는 것 보다 옆으로 눕거나 몸을 구부려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순환을 좋게 해주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다가 깨는 조기각성(早期覺醒)은 수면리듬이 불규칙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생체시계가 노화된 노인들, 매사 의욕이 없고 침울한 우울증 환자, 그리고 알콜을 섭취했을 때도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일반적으로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렵게 된다.

 

 주위에서 보면 잠을 청하기 위해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음식을 먹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방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잠을 쉽게 청할 수 있어 좋은 듯하지만 알코올의 경우는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조기각성을 유발하거나, 음식섭취의 경우는 위장관의 소화활동으로 인한 숙면장애를 유발하여 잠의 질을 떨어뜨리기 쉬우니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허기지면 기운이 없어 오히려 잠을 청하기 어려우므로 가벼운 간식으로 허기를 면하는 것은 양질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

 

선조의 지혜 속에 담긴 현대 불면증의 해답


 앞서 수면장애의 원인과 해결책을 수면장애 유형에 따라 간단히 살펴보았다. 세 가지 유형을 종합해 잠의 기전에 대한 한의학에서의 해석을 잘 이해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수면장애로부터 의외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위에서 말했듯 한의학에서는 “기운이 낮에는 양(陽)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뜨고 깨어나며, 밤에는 음(陰)에서 돌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잔다”고 했다. 즉, 밤에 잠들기 위해서는 위에, 바깥에 머물러 있는 기운(氣運)을 아래로 내리고 안으로 들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우리 몸의 기운을 잘 조절하기 위해 선도수련의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의 방법을 늘 생활 속에서 익히고 단련하였다. 몸의 기운이 소위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상태, 즉, 차가운 물 기운은 머리 위로 올라가고, 따뜻한 불기운은 가슴 아래로 내려오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힘 쓴 것이다.

 인체에서 몸과 마음의 기운(氣運)을 조절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뇌(腦)이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기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뇌기능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과 어깨, 그리고 두피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뇌혈류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어 뇌기능의 균형을 잡아 주어라. 그러면 복잡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밤마다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들도 몸과 마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불면증에서 벗어 수 있을 것이다.

글. 장윤혁 비알한의원 원장 | www.brclinic.co.kr 02-3453-9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