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음력 정월 초하루인 우리 명절‘설’은 ‘차이니스 뉴이어(Chinese New Year)’ 즉, 중국문화로 알려졌다. 중국은 달의 움직임을 토대로 날짜를 계산하는 음력의 기원이 중국에서 왔다며 음력을 기준으로 한 설, 단오 등에 대해 정통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음력을 근거로 한 한국 고유의 문화마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오는 2월 10일 뉴욕대대학원한인학생회에서는 교내 킴벨센터에서 한국의 설날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다.<자료 제공=뉴욕대 대학원 한인학생회>

오는 2월 10일 뉴욕대학(NYU) 킴멜센터 ‘E&L'대강당에서 한국 전통명절인 ‘설’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 ‘설날(seolnal)’로 이름 붙여진 이번 행사는 NYU 대학원 한인학생회가 주최한다. 오후 5시~9시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 한인교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설날의 유래와 의미를 알려주는 시간과 함께 세배하기, 제기차기 토너먼트, 한복 맵시 뽐내기 대회 등 체험형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국악과 한국 전통 무용. 태권도 시범 등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함께 열린다.

NYU 대학원 한인학생회 강우성 부회장은 “우리 설을 ‘차이니스 뉴이어’의 파생품이 아니라 고유한 한국의 유산임을 알리고 싶다.”며 “한인 2세와 입양아들을 초청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몇 달 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중국인학생회가 중국정부의 후원을 받아 ‘컬러풀 차이나’행사를 열었다. 그 행사에서 우리의 아리랑, 한복, 기생 옷, 가야금 등을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는 논리를 앞세워 중국문화로 소개했다.”며 한국문화가 중국문화로 둔갑하는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에 항의하기보다는 우리 설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벌여 문화자주국인 대한민국의 문화독립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NYU 대학원 한인학생회는 행사의 취지 및 계획을 국내기업 및 뉴욕의 한인기업, 한국관광공사의 뉴욕지사 등에 알려 후원을 받고 있다.

‘음력설=중국 문화’라는 오해 풀어야

미국에 일찍이 진출해 자신들의 문화를 알려온 중국인들의 활약으로 ‘동양=중국’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동양의 새해, 즉 음력설도 중국만의 문화로 알려졌다. 실제 설은 한국, 몽골, 베트남, 티베트,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까지 아시아 공통의 문화이고, 각국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로 새해를 기념하고 있다.

중국이 음력 정월 초하루를 ‘춘절’이라고 부르며 한족 의복인 치파오를 입고 쟈오즈를 먹으며 용춤을 춘다면 우리나라는 ‘설’이라 부르며 한복을 입고 떡국을 먹으며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춘다. 몽골의 설은 ‘차강사르’이며 흰옷을 입고 흰색으로 포장한 선물을 주고받는다. 티베트의 설은 ‘로싸’라고 부르며 광장과 초지에서 축제를 연다.

또한 베트남의 설인 ‘테트’에는 물을 직접 길어 집안의 항아리를 채우며 새해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한 해를 맞는 기쁨을 함께 나누며 화합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이들 나라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축제의 모습도 다양하다.

음력 1월 1일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차이니스 뉴이어'가 아닌 '루나 뉴이어' 즉, 음력 새해맞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기일 것이다.

20세기 문화가 서구화를 발전의 지표로 삼고 뛰면서 획일화되었다면 21세기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상생과 화합의 세기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문화전쟁에서 우리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노력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국학신문 2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