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단무도협회 김현 협회장.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쁘고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시달린 현대인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앉아 있어도 깊은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다.

무예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나 주부 그리고 아이들도 자신의 몸에 맞게 선도 무예를 배우거나 깊은 명상과 정서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기자는 혹한주의보가 내린 1월 중순, 안동에 있는 무예 마을 ‘무림원’을 찾았다. 깨달음의 선도 무예, 단무도의 중앙연수원인 무림원은 안동터미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전통적인 목조구조의 건물들과 연못, 야외 무예단련장이 펼쳐져 있고 정원에 있는 멋진 해송(海松)과 갖가지 돌탑, 벤치와 정자, 나무다리가 인상 깊었다. 봄과 가을에는 꽃밭이 펼쳐져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고 한다.

전통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휴식하기에 적절한 숙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족들과 함께 와도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서 대한단무도협회 김현 협회장을 만났다.

단무도에서 말하는 내 몸의 자연을 회복하는 수련이란 무엇인지

동양에서는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표현한다. 단련하면 할수록 자연계의 에너지 순환과 변화의 원리가 우리 몸의 이치와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다. 건강해지거나 건강을 잃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단무도는 선도를 바탕으로 호흡과 기공 등을 통해 원래 우리 몸이 가진 자연적인 정상상태를 회복하는 수련을 한다.

단무도를 깨달음의 무예라 하는 이유는

몸의 자연을 회복하면 명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연과 소통하면서 나와 자연, 나와 다른 사람이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며 삶의 지혜, 더 나아가 경영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고구려의 을지문덕 연개소문 을밀선인 등 유명한 장군이나 재상은 조의선인 출신이고 신라의 김유신 김춘추도 화랑 출신으로 선도무예의 대가였다.

이는 선도무예가 개인적인 무술 차원을 넘어 군사를 움직이는 병법과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의 이치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의 경영철학이나 전략과도 통하는 원리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자각과 국혼(國魂)과도 연결되게 된다. 그 안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체득하고 상생과 조화의 철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단무도는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우리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과 <삼일신고>에서 나온 깨달음의 이론체계를 가지고 몸 체계를 잡은 선도 무예이다. 삼일신고에 “하늘은 텅 비어 있지만 두루 꽉 차 있다.”고 표현한다. 기공을 하며 손을 움직이면 마치 물속이나 우주공간을 휘젓는 듯 에너지의 흐름을 체험하면서 어떤 의미인지 체득하게 된다. 고조선 때 이미 젊은 인재를 뽑아 국자랑이라 부르며 신선도를 가르쳤다.

고구려의 조의선인 백제의 문무도 신라의 화랑이 그 맥을 이었다. 조선 시대는 유교를 숭상했으나 선비라는 말 자체가 조의선인의 선인, 선배라는 명칭에서 비롯된 것으로, 선도의 맥과 연결되어 있다. 바로 신선도 수련이 단무도의 뿌리이다.

척추가 바로 서고 얼굴 모습도 변화된다고 하는데

무예 동작들은 전부 다 역근법을 쓴다. 뼈를 축으로 근육을 반대로 꼬아 짜주는 가운데 중심을 잡게 되는데 이 동작들이 근골(뼈)을 바꾼다. 보통 근골을 바꾸어주는 수련이 호흡 수련과 무술수련이다. 중심을 바로 잡으면서 골격이 바뀌고 척추와 연결된 신경들도 변화가 오며 틀어진 근육, 관절들이 제자리를 잡고 마음이 밝아지면서 그런 체험을 한다.

초보 수련자들이 배우기 어렵지 않은지

트레이너가 자기 수준에 맞춰 따라오라고만 하면 초보 수련자는 따라갈 수 없다. 수련지도를 할 때는 완전하게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이 되어야 한다. 동작을 예로 들면 기마자세를 알려줄 때도 트레이너가 더 낮은 자세에서 기운을 받쳐 올려 주듯 전해야 한다. 하단전을 단련하는 수련을 지도할 때는 멘트도 수련자의 어깨높이 보다 낮은 위치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해주면 수련자가 편안하게 따라올 수 있다.

안동에 무림원을 세운 이유는

안동의 북쪽은 가파른 산이 있고 하회 마을 쪽은 모래가 많고 물이 깊으며 동쪽에 흐르는 물에는 돌이 많다. 플러스 에너지와 마이너스 에너지 발생지가 골고루 있어 한국의 세도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도 명상지로서 좋은 여건을 가졌다. 또한 진사 급제자가 많고 학문을 통해 중히 등용된 인물이 많이 배출될 정도로 공부할 수 있는 자연여건과 음식문화 등이 갖춰졌다.

또한 김대락, 이상용 선생 등 만주로 이주해 항일운동에 투신한 1천 명의 독립투사가 배출된 민족혼의 고향이다. 안동을 흔히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하는데 단순히 유교가 아니라 더 오랜 역사를 지닌 선도정신이 이어왔다.

무림원내 숙소동 풍경.


무림원에서 명상스테이를 한다는데

단무도 연수원으로 호흡, 기공, 무예, 국혼 과정 등의 전문 프로그램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명상스테이를 운영할 계획이다. 무림원과 그 주변 강, 들의 자연경관과 에너지도 좋지만 안동시 전체를 아우르는 명상스테이 프로그램을 완비하여 안동시에 제안하려고 한다.

몇 백 년이 된 유적지가 관광 상품이 아니라 4~5천 년 된 수련문화와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분위기로 바꾸면 더욱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동 외에도 백두대간의 척추에 자리한 문경에도 제2의 무림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 연수원을 두어 무예전문가 양성뿐 아니라 일반인이 개인이나 가족끼리 와서 참여하는 명상스테이를 확대해나가고자 한다.


취재를 마친 다음날 이른 새벽 무림원에 사는 순둥이 개, 풍순이의 안내로 강 옆 뚝방을 산책하면서 아침 해를 맞이하니 벌써 몸이 가볍고 에너지가 충전된 듯 추위가 매섭지 않았다.

무림원 주변 뚝방길.

<국학신문 2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