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앞으로 한일 관계는 항일(抗日), 극일(克日)을 넘어서 공진화(共進化)가 새로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 등은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상 모색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지역블록화 추세 속에 동아시아의 지역공동체 결성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협력이 중요한데  이러한 한일관계의 중요성에도 한일관계의 역사는 발전적 관계형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공진화(共進化)가 새로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일제 강점기인 한일관계 1.0 시대에는 저항적 민족주의인 '항일(抗日)' 정서가 지배했고, 8.15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 한일관계 2.0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적 민족주의, 즉 '극일(克日)'이 대일정서의 대표적 키워드였다.

 한국의 잠재의식 속에 뿌리내린 일본경제에 대한 경쟁의식과 추월에 대한 열망이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내수시장의 통합 필요성이 나타난 한일관계 3.0 시대에는 '극일' 대신 한일 양국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상승 발전을 이루는 '공진화(共進化)'가 새로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동아시아 전체의 협력을 촉진할 뿐 아니라 미국과 동아시아 간 가교역할을 통해 '열린 지역주의' 형성을 뒷받침한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을 완화시키며 북핵문제 해결 및 통일여건 조성에도 기여한다.

한일관계 3.0 시대 한일 양국의 공진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방향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정치ㆍ외교 전략으로 우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줄이고 미래 발생할 통일비용을 선제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공동출자한 '한일공동평화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북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확보 등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글로벌 현안에 대해 공동 대처하며, 이를 위해 ‘한일 공무원파견협정’체결 등 정부 간 인사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자료: "일본 및 한일관계에 대한 여론조사." (2010. 1. 11.). 『중앙일보』.

경제ㆍ산업 전략으로는 교역 및 상호 투자 확대를 위해 교착상태에 있는 한일FTA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FTA를 통해 한국 제품의 일본 시장 진출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내 투자환경을 개선해 양국의 무역·투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부상하는 신흥국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청년실업, 일본은 고령자 실업이 주요 고용현안인 점을 감안하여, 이러한 분야의 노동시장을 상호개방하고 교류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사회ㆍ문화 전략으로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Campus Asia)' 등을 강화하는 한편 양국 프로스포츠 통합리그 운영 등 스포츠, 문화 부문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한일관계 3.0 시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

1. 정치ㆍ외교 전략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일협력

북한의 안보위협을 줄이고 미래 발생할 통일비용을 선제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 북한체제는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작용. 일본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권 내에 위치. 통일 후 남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을 균등화하려면 1조 7,000억달러가 소요될 전망. 5∼6년 이내에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경우에도 620억달러가 소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투자에 한국뿐 아니라 이해당사국인 일본도 동참. 한일 양국 정부가 출자한 공동평화기금으로 북한에 도로, 항만, 통신,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 한일공동평화기금 사업이 성공할 경우 일본은 동북아 안정 및 평화에 따른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의 향유가 가능

주요 이슈에 대한 정책공조 강화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확보 등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글로벌 현안에 대해 공동 대처. 양국의 공통 관심사항인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대응에 있어 중앙정부차원의 정책공조체제를 구축. 양국은 산업구조상 온실가스 감축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교토협약 등 글로벌 기후변화협약 협상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낼 필요. 해외 자원개발 및 식량확보에 있어서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관련 전문 인력 교류 및 진출지역에 관한 정보를 공유. 녹색산업 분야는 양국의 상대적 경쟁력에 따라 부품·소재의 상호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

한일 양국의 원활한 정책공조를 위해 중앙부처 간 인사교류를 확대. 현재 중앙부처 간 인사교류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하는 단기연수 프로그램 위주. 정책공조가 필요한 중앙부처의 대외협력부서에 상대국 담당 직제를 신설하고 ‘한일 공무원파견협정’을 체결

잠재적 갈등을 관리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 현안은 일순간에 반일감정과 반한감정을 촉발할 위험을 내포.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 정치인의 망언 등으로 고조된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한국정부의 對日강경대응을 야기해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 2010년 3월 1일에는 한일 양국의 네티즌들이 상대방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벌여 일본의 대표적 反韓커뮤니티인 2ch와 한국의 반크(VANK) 사이트가 마비

양국이 과거사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한일관계가 돌출적 사건에 의해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 한일 양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상대국의 국내여론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할 필요. 한일 양국 언론 미디어도 한일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잠재적 反日·反韓감정을 순화시키는 사회제도로서의 역할을 담당

2. 경제ㆍ산업 전략

한일 FTA를 통한 교역 및 투자 확대

한일 양국은 긴밀한 경제관계에도 불구하고 FTA 등 각종 경제현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 무역·투자의 불균형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로 FTA 등 시급한 경제현안이 답보 상태

장기적인 무역투자 불균형 해소와 One-Asia를 위해 ‘한일 파트너십’의 상징인 한일 FTA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할 필요. 포괄적 FTA를 통해 한국 제품의 일본 시장 진출환경을 개선하고, 한국 내 투자환경을 개선해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對韓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무역투자 불균형 해소의 첫걸음. 한국은 ‘높은 수준의 FTA 체결’ 중시 기조를, 일본은 농업시장 보호및 한국의 투자환경 개선 중시 기조를 상호 조정. FTA의 내용, 제도화 수준, 타임플랜 등을 상호 공유함으로써 타결가능성을 제고

부상하는 신흥시장에도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응

양국 협력을 통해 부상하는 신흥국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 환경 및 에너지 절감 부문에서 양국이 각자 보유한 뛰어난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신흥국 녹색시장을 공동 공략. 신흥국 개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편, 신흥시장에 공동진출. 한일 양국은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목적으로 직업훈련센터에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대두재배 공동지원에 나서는 등 일부 성과가 가시화. 신흥국 인프라 및 소비시장 개척 시 양국 기업의 컨소시엄 등을 통해 사업 기회를 확보

인력교류로 고용문제에 공동 대처

한국은 청년실업, 일본은 고령자 실업이 현재 주요 고용 이슈. 2006∼2009년 평균 15∼24세 청년실업률은 한국이 9.5%로 일본의 8.0%를 상회. 반면, 2006∼2009년 평균 55∼64세 고령자 실업률은 일본이 3.9%로 한국(2.2%)보다 심각. 그러나 최근 한일 간 취업 관련 인력교류는 도리어 약화되는 추세. 사업 및 취업 관련 인력이동은 2006년 이후 매년 10만명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으며, 한국에 입국하는 일본인 인력 수는 2006년 이후 감소 추세

한일 양국이 노동시장을 상호 개방해 일자리 문제 해소 및 기술경쟁력을 강화.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제조인력의 감소가 예상되므로 이러한 분야에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한국의 청년인력 활용을 확대. 한국은 부품소재분야의 對日무역구조 개선과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강화를 위해 일본 퇴직기술자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강화

3. 사회ㆍ문화 전략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적 교류

현행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동북아 고등교육기관의 질 제고와 대학생 간우호 증진이라는 목적 달성에 미흡. 지금까지는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한 해외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 그러나 해외에 파견된 한국 대학생 수에 비해 유치한 외국 대학생의 수가 미미하여 사업효과가 반감. 2007년 서울대에서 도쿄대로 파견된 교환학생 수는 8명인 반면, 도쿄대에서 서울대로 온 일본인 교환학생 수는 전무

2009년 10월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Campus Asia'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학생교류를 활성화할 필요. Campus Asia 사업이 시행될 경우 참여자에게 체재비 지원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 한중일 대학교육당국이 사업재정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시범사업 추진계획에 합의하는 것이 급선무. 시범사업은 우선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행하여 일본이 요구하는 참여 대학의 '질 보장(Quality Assurance)' 문제를 해결

스포츠 등을 통한 대중문화 교류 활성화

한일 대중문화 교류는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해 가진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데 기여.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한국사회 저변에 日本觀의 변화가 감지.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의 소설, 만화, 영화 등을 거부감없이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경향. 일본도 TV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방송하는 등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

한국과 일본의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합 운영. 최근 국제대회의 성적으로 볼 때 야구와 축구에서 한일 양국의 실력이 대등. 한일 양국이 프로리그를 통합할 경우 시장확대와 양국 클럽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이점이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