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0일 각의에서 한일합방 100년에 즈음하여 수상 담화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막대한 피해와 고통에 대해 이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하는 심정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식민지시절에 조선에서 일본으로 유출된 조선왕조의 주요행사 등을 기록한 고문서 '조선왕실의궤' 등의 도서를 '한국인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한다"고 하였다.

간 나오토 수상은 한일합방 100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수상담화'라는 형식으로 다시 한번 사죄의 의사를 밝힘으로써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구축에 임하는 자세를 분명히 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으로 이끌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담화는 한국과의 보상문제에는 언급하지 않아 1995년 '무라야마(村山)담화'의 수준에 그쳤다.

수상담화는 한국측의 입장을 배려하고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을 갖추고 스스로의 과오를 반성하는 데에 솔직해지고 싶다"고 했다.

 일본정부는 수상 담화의 발표 시기를 놓고 일본의 종전기념일이며 한국측이 식민지지배에서 해방을 축하하는 '광복절'인 15일에 맞춰 발표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이를 피해 앞당겨 발표하게 됐다.

일본 간 나오토 수상 담화 전문

올해는 한일 관계에 매우 중요한 해이다. 정확히 100년 전 8월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돼, 이후 36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가 시작되었다. 3ㆍ1 독립운동 등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ㆍ군사적 배경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는 역사에 대해 성실하게 임하고자 한다.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데 솔직하게 임하고자 한다.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다. 이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막대한 피해와 고통에 대해 여기에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하는 심정을 표명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갈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실시해 온 이른바 사할린 거주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반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갈 것이다. 또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거쳐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

한국과 일본은 2000년에 걸친 활발한 문화 교류와 인적 왕래를 통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훌륭한 문화와 전통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양국의 교류는 매우 중층(重層)적이고, 광범위하며 다방면에 걸쳐 있고, 양국 국민이 서로에게 느끼는 친근감과 우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또한 양국의 경제관계나 인적 교류의 규모는 국교정상화 이래 비약적으로 확대됐고, 서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면서 그 결합은 아주 공고해지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제 21세기에 민주주의나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이웃 국가가 되었다.

이는 양국관계에 그치지 않고, 장래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염두에 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세계경제 성장과 발전, 그리고 핵 군축이나 기후변화, 빈곤이나 평화구축이라는 지구 규모의 과제까지, 폭넓게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여 지도력을 발휘하는 파트너 관계이다.

 나는 이러한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에, 한일 양국의 유대가 더욱 깊고,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강력하게 바라면서 동시에 양국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