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2010 한·중국제학술회의가 열려 한국과 중국 학자들이 동북아 상고사의 뿌리와 동이족의 문화와 문자, 철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사단법인 국학원은 지난 7월 15일 목요일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종로) 강당에서 ‘동북아 문화의 이해를 위하여(부제: 동북아의 상고사 문화 원류)’라는 주제로 ‘2010 한·중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한·중국제학술회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원사업으로, 지난 2006년 12월 처음 개최한 이래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동북아 지역 특히 현재 중국 대륙의 북동지역은 고대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태동한 지역이다. “동이족(東夷族)은 중국의 동북지역과 한반도 일대에서 오랜 옛날부터 문화민족으로 살아왔었다.”는 사서의 기록은 동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일깨워준다. 근래에는 중국 동북지역에서 황하문명보다 1천 년이나 앞선 홍산문명이 발견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이 홍산문명을 중화문명의 시발점으로 보고 더 나아가 그들의 고유한 문명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발견되는 유물, 유적을 연구해 보면 우리 한민족의 상고사 및 철학,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한민족 천손문화가 정립된 터전이란 측면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술회의는 박성수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약칭 UBE)명예총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측에서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위원, 김동환 UBE 교수, 정경희 UBE 교수(국학학술원장), 중국 측에서 산동대학교 류펑쥔 교수와 조선족인 소주대학교 박계옥, 박명숙 교수가 주제논문 발표를 했다. 또한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 임채우 UBE 교수, 최정묵 충남대 교수, 박정학 한배달 치우학회 회장, 이인택 울산대 교수, 나선화 서울시 문화재 전문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발표논문에 대한 토론과 분석이 이어졌다.

첫 발표자인 임찬경 연구위원은 ‘중국사학의 숙신과 조선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 논문에서 역대 중국사서(史書)에 나타난 동이족 숙신에 대한 인식을 검토했다. 또한 20세기 초 일제가 만주를 중국 역사에서 분리시키려는 것을 이론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그 지역의 주류였던 숙신을 ‘역사상 중국 속의 동북민족’으로 전환한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중국 산동대 류펑쥔 교수, 갑골문 보다 천년 앞선 골각문 국내 첫 공개
“골각문은 중국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선진적인 동이문화의 문자”

두 번째 발표자인 류펑쥔 교수는 발굴한 골각문(骨刻文) 유물을 직접 가져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해 학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류 교수는 ‘중국 최초의 문자 골각문’ 주제발표에서 “중국 산동성 중부, 내몽고의 적봉지역, 서안의 고문화유적지에서 발굴되는 동이의 골각문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4,500년 용산문화기 전후로 생겨나 사용되던 중국 초기 문자이며 갑골문보다 약 1천 년 앞섰다. 짐승 뼈에 새긴 글자로 매우 아름답고 신비하며 창작성과 상징성, 예술적 품격을 갖추었다.”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동이족은 특정 민족의 조상이 아니라 당시 대륙과 일본까지 퍼져 있던 민족의 공통조상이며 가장 선진적이었던 동이문화가 중화문명의 기원과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골각문 유물을 공개하는 류펑쥔 교수

세 번째로 김동환 교수는 ‘동이의 정신적 이상(理想)에 대한 고찰’ 논문발표에서 “동이의 천신신앙과 제천, 오행·역법, 갑골문자, 원시가무 등은 동북아 제반문화의 토양이 되었다. 동북아 고대 종교의 뿌리일 뿐 아니라 도덕과 철학의 근간이 되어 유교나 도교, 수많은 제자백가의 가치형성, 특히 공자의 인(仁)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발표자 박계옥 교수는 ‘중국 각 지방에 나타나는 황제와 치우의 연원과 유형 고찰’을 주제로 신화·전설의 기원과 문헌적인 전승 양상, 전승 지역을 고찰했다. 중국의 전통적 사관(史觀)으로 치우를 동이의 흉악한 반란자이며 전쟁 패배자로 인식했다가 최근 황제, 염제와 함께 중국의 개국시조로 하자는 중국의 논의에 대해 발표했다.

다섯 번째로 박명숙 교수의 ‘새 토템 및 난생설화를 통한 동이계열 고대민족 형성 비교연구’주제발표에서는 환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범세계적인 보편적 신앙형태인 새 토템과 새를 숭배했던 동이족 설화의 다양한 형태를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정경희 교수는 ‘홍산문화 옥기에 나타난 조천(朝天)사상’논문에서는 다양한 홍산문화 옥기와 울산, 고령 등에서 발견되는 암각화, 청동거울과 청동방울 등을 비교해 한국선도의 기(氣)문화와 천부경, 부도지에 나타난 한, 천지인 등 존재의 본질을 1기(氣), 3기, 현상을 9기로 바라본 천손문화의 기반 이론을 살펴보았다. 정 교수는 “홍산 후기로 대표되는 배달국 천손문화는 배달연맹체 문화권으로 널리 전파되었다.”고 밝혔다.

동북아의 역사와 문화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수시로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