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선도사서(仙道史書)들에서는 상고시기 환국(B.C. 7199년~3898년)이래 배달국(B.C. 3898년~2333년), 단군조선(B.C.2333년~238년)에 이르기까지 약 7천 년간 지속된 선도문화의 요체로서 ‘광명문화(태양문화, 밝문화)’를 이야기한다.

‘광명문화(태양문화, 밝문화)’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태양이나 태양빛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밝음(본성)을 밝히는 ‘수행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도수행을 통하여 내면의 밝음이 온전히 깨어난 사람을 ‘천손天孫’, 현상 차원에 머물러 내면의 밝음이 깨어나지 못한 사람을 ‘지손地孫’이라 한다면 광명문화는 ‘천손문화’라고 할 수 있다.

환국 이래의 ‘천손문화’는 선도의 ‘스승(師)이자 군왕’이었던 역대의 환인·환웅·단군의 주도에 의하여 전 세계로 널리 보급, 상고시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문화의 주도적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천손문화가 본격화되면서 세계화하는 시기는 배달국 시기부터이다. 이때부터 천손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대표적인 문화축제이자 수행의례로서 ‘제천의례’가 등장하게 되었다.

배달국시기 “육지에서는 조시朝市, 바닷가에서는 해시海市를 열 되 매년 10월 조제朝祭를 지내니 사해四海 여러 종족이 토산물을 바쳤다.”는 기록은 제천의례가 전 세계에 흩어진 사람들을 모아 화합하는 상고시대 문화축제의 성격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제천 회합의 중심이 내면을 밝히는 수행의례였음은 더욱 중요하다. 제천 시 “희생제犧牲祭를 행하여 생명을 성찰하고 땅에 피를 부어 기른 공을 보답하니 육신고충의 고백이었다.”는 기록은 사람들이 내면의 밝음 보다는 육체적 감각에 치중하는 현실의 삶을 반성하는 의례였음을 보여준다.

육체적 감각에서 놓여나 새삼 확인하게 되는 내면의 밝음은 ‘하느님 또는 삼신三’으로 이야기된다. 천손문화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하느님, 일기一氣’ 또는 그의 세 차원인 ‘삼신, 天·地·人 삼기三氣’로 바라본다. 사람은 척추 선을 따라 존재하는 상·중·하 삼단전에 자리하고 있다. 제천의 대상인 하느님이나 삼신은 인격신이 아니라 실상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한 밝음(본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내면의 밝음, 곧 삼신하느님은 ‘삼성(환인·환웅·단군)’으로 등치되기도 하였다. 이들은 천손문화를 전수한 수행의 이상적 모델즉, 전범典範이자 최고의 스승으로서 내면의 밝음을 온전히 회복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한국의 많은 사서에서 부여의 영고迎鼓나 고구려의 동맹東盟 등 상고시대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의례로서 제천의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천손문화가 사라진 후대의 기록이다 보니 단지 하늘이나 국조신에 대한 제례이면서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기곡祈穀을 위한 춘추의 농경의례로 해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중국 측 기록은 밤새도록 음주가무하고 유희하는 모습으로 그려 외부자의 시각이 더욱 두드러진다. 상고시대 문화의 원류로서 ‘천손문화’가 되살아날 때 제천의례도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그 본질인 수행적인 의미가 온전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