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민족은 본래 민족의 얼이 담긴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독창적으로 가꾸고 계승해 왔다. 우리의 말과 글은 국어, 우리의 역사는 국사, 우리의 음악은 국악, 이러한 문화·역사·철학을 아우르는 것은 국학(國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용어부터 우리것 인지 외국것 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언론매체에서 조차 우리 역사를 우리가 한국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자주 접한다. 외국인이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학문으로 배우고자 할 때 '한국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100년 뒤의 미래를 보려면 100년 전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당장 60여년 전에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6·25 전쟁을 겪었고, 100년 전에 일제 강점기를 겪었다. 그 때 겪었던 식민사관의 역사 문화 말살정책에서 빼앗겼던 우리의 정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병폐는 여지껏 우리 역사 문화보다 남의 나라 역사를 더 잘 배워왔고, 남의 나라 문화를 더 높이 평가하고 우리 역사 문화를 알아도 올바로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 있다 하겠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아는 얼(혼)이 바로서지 못한 까닭이다.

정신이 바로 서지 못한 사람을 '얼 빠진 놈', 정신이 나간 사람을 '얼간이', 군대에서 정신을 바로 차리게 하기 위하여 '얼차려' 이미 우리 말 속에 녹아 스며들어 있지만 자기 자신의 내면을 집중하고 주위를 사려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일국의 국가 상징성에는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요즘 국경일 또는 경축일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 아파트 단지 앞·뒷동 둘러보아도 아주 띄엄띄엄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것을 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 국화(國花)는 물론 무궁화다.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무색해진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문화말살 정책에서 가르쳤던 그대로 무궁화는 진딧물을 많이 타고 지저분한 꽃이니 집안 화단에 심지 말고 논·밭 두렁에 심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오늘날 지각있는 국민 모두는 소중히 가꾸고 길러야 할진데 길가 밭두렁에서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가 울타리 역할을 하는가 하면, 관(官)에서 조경용으로 심은 벚꽃나무 또는 느티나무 아래서 기를 펴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는 무궁화를 보면 안타까운 심경이다 .

무궁화는 배달계(9종), 백단심계(7종), 홍단심계(15종), 청단심계(3종), 아사달계(2종)등 크게 36종이지만 세부적으로 나누면 무려 2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무궁화는 자랄 때부터 밑둥의 곁가지를 잘 잘라주고 밀생한 잔가지를 잘 쳐주면 무성한 가지를 뻗어 7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무궁무진 피고지고 하기를 반복하며 우리 민족의 끈질긴 인내심과도 비견되는 아름다운 꽃이며 꽃이 질 때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꽃잎을 돌돌 말아 떨어지는 지조있는 꽃이다. 가정의 화단, 공공시설 공원에도 종류별로 형형색색의 무궁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낼 때 대한민국의 국운이 더욱 상승하고 국혼이 깨어날 것이다.

김옥병 경남국학기공연합 회장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