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학원이 지난 6월 26일 개최한 ‘천손문화와 환단고기’ 학술회의에서는 기록의 진실성을 검토하고 그 내용의 가치를 판단함으로써 학문적 접근을 통해  진위판단을 시도했다.

한민족 전통문화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간적 공간인 상고 역사를 조명한 환단고기를 학문적 입장에서 검토한 제21회 국학원 학술회의가 열렸다. 사단법인 국학원(원장직대 장영주)은 지난 6월 26일 토요일 천안시 목천읍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1층 강당에서 동 대학원부설 국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연  학술회의 주제는 ‘천손문화와 환단고기’이다.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에 의해 ‘삼성기(三聖記)상 하, 단군세기(檀君世記), 북부여기(北夫餘記), 태백일사(太白一史)를 하나로 묶어 편찬한 책이다. 주류학계에서는 기록의 근거가 되는 선행사료가 없다는 이유로 위서논쟁 속에 아직 정식 사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학문적 내용 검토조차 외면해 왔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기록의 진실성을 검토하고 그 내용의 가치를 학문적 접근을 통해 판단함으로써 그간의 논란에 대한 진위판단을 시도했다.  학술회의는 송인창 대전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임채우 교수(UBE)는 ‘환단고기를 통해본 곰·범의 해석과 천손문화’ 발표에서 “환단고기에서는 곰·범을 동물, 인간종족, 신 등 다양하게 기록했다.”며 “환단고기를 이루는 5종 각자의 사서 간 표현의 차이나 모순이 종종 발견된다. 이런 다양성 혹은 부적합성은 비체계성을 말하며 이는 여러 기록을 그대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오히려 한 사람 또는 특정시기에 위조된 위작이 아니라 전승 된 기록을 편집한 것이란 방증 자료로 삼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삼국유사에서는 동물인 곰과 범이 인간이 되기를 비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환단고기에는 대체로 웅족과 호족이 광명과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천손족 환웅의 덕을 좇아 지혜롭고 평화로운 천손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조남호 교수(UBE)는 ‘환단고기와 삼일신고’를 주제로 환단고기 태백일사 본(일명 태소암본)과 대변경, 단군세기 등의 기록과 대종교 사부합편을 비교분석하며 “환단고기는 오히려 철학사상서라고 해야 할 만큼 우리 한민족의 전통사상과 사유체계가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민영현 부산대 교수는 ‘환단고기의 철학적 가치’ 발표문에서 “사학계의 위서논란에 휘말려 오해된 바 있어도 그 철학적 가치는 절대 소홀하지 않다. 상고대 한민족의 우수성과 자력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논설이 포진해 한국적 세계관과 인생관, 문화적 자긍심을 나타낸다. 여기에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포함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철학적 가치는 필요하고도 충분하다. 서지학적 위서논쟁으로 그 연구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며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병훈 전주대 교수는 ‘고조선-북부여-고구려 계보의식의 위축변천과정과 환단고기’ 발표에서 환단고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국이상국집 등 각종 사서 비교를 통해 후대에 한국 고대사가 축소된 과정을 밝혔다. 특히 광개토호태왕비문에서 아들 장수왕에 의해 해모수 17세 손으로 기록된 것과 환단고기는 일치하나 삼국사기에는 13세손으로 축소되어 있음을 명확히 했다.

본 학술회의에는 정호완 대구대 국문과 명예교수, 김윤수 한국도교학회장,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성장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등 관련 학자들과 학생, 시민 등이 참석해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