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지난 21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북 토크(Book Talk) “후배들을 부탁해”를 개최했다. 이야기꾼으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초대되었다. 먼저 선대인 부소장이 이야기를 풀었다.

▲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트위터 @kennedian3)

 선 부소장은 무대 벽면을 가득 메운 화면에 언뜻 읽어내기 어려운 그래프들을 띄웠다. 그리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2, 30대들은 일자리 소득 집 결혼 아이가 없는 ‘5무(無) 세대’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한 20대 트친(트위터 친구)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6무(無) 세대’입니다. 희망도 없으니까요.’ 정말 가슴이 아팠다. 최소한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우선 전하고 시작하겠다.”

“지금 20대는 6無세대.

일자리 소득 집 결혼 아이, 거기에 희망도 없다”

 선대인 부소장은 다각적인 부분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실업률과 고용률 추이. 연령대 별로 비교한 결과 20대의 고용률은 현저히 낮았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 재수, 삼수 혹은 대학 5학년, 6학년을 다니고 있는 젊은이들이 태반이지 않나.”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0년과 비교해 1.97배 올랐다. 서울은 2.6배나 올랐다. “요즘 젊은이들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방’에 가깝다. 게다가 반지하도 많고….” 선 부소장이 새로운 그래프를 소개할 때마다 강연장 곳곳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음 그래프는 남녀 평균 초혼연령 추이. 1990년에서 2009년이 되는 동안 초혼연령이 남녀 평균 만 4세가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만 24세에서 28세로 올라갔다. 선 부소장은 이 그래프를 보자마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이걸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전쟁이 터지지 않은 나라에서 이처럼 초혼연령이 갑자기 이렇게나 높아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조사에는 결혼을 못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는 제외된 수치다.”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레 결혼도 미뤄지고 있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선대인 부소장의 신간, 『프리라이더』
 이후에도 선 부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그래프들이 이어졌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지금의 2, 30대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로켓처럼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선 부소장이 가리키는 화면에는 국가 세금 수입의 75%를 차지하는 3대 국세(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변화 추이가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재도약과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줄여서 ‘감세안’ 혹은 ‘부자 감세안’이라고 부른다. 간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는 깎고, 직접세인 부가가치세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내는 세금은 점점 적어지고 여러분이 내는 세금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감세안을 두고 ‘부자 감세안’이라 불리는 것을 불쾌해했다. 이 감세안의 혜택 70%가 중산층, 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우리 정부,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총 공공부채 규모가 약 1,100조 원이다. 이 중 410조 원은 토건부양책, 부동산부양책, 공기업 부채로 현 정부 출범 3년 만에 늘어난 액수였다.

“집계하면서도 놀랐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공기업 부채가 두 배로 늘었다. 작은 정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출범한 정권이지만 각종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재정을 낭비하는 빚쟁이 대통령이다.”

이 같은 부채는 지금의 2, 30대가 짊어지게 될 빚이 된 것이다.

"조세개혁으로 재원 100조 원 확보 가능.

자산에 대한 과세, 재벌의 비자금 문제 해결해야"

 우울한 이야기만 늘어놓아 미안하다는 선 부소장, 분위기를 바꾸어 결론을 내놓았다. 바로 조세개혁이다.

 “제대로 된 조세개혁으로 재원 100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자산에 대한 과세가 매우 부실하다. 재벌 비자금 문제도 엄청나다. 공공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면 일례로 연간 120조 원 이상 투입되는 토건부양책 단가 50조 원은 줄일 수 있다. 이 돈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화면에는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과 사립대 등록금,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가 띄워졌다. 우리나라는 모든 항목에서 등록금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비쌌고 교육비 부담은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대학은 등록금으로 장사하고 학생들은 계속해서 서울로 몰리고 있다.

“조세개혁으로 대학교육에 투자해서 지방 국공립대학을 무상으로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수 인재들은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남아 지방을 살릴 것이다. 사립대의 등록금 장사 역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수도권 인구 과밀 문제, 지방 산업 몰락 문제 모두 해결될 것이다.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의 틀이 달라진다.”

 현실이 암담하다고 해서 희망까지 없어서야 되겠는가. “지금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해도 함께 손잡고 나간다면 현실은 바뀐다”는 말로 선 부소장의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강의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