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세계 외교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격을 높이기 위한 '5대 추진방향과 80개 추진과제'를 발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2 지방선거의 결과는 국격과 관련, 정부가 놓친 중요한 한 가지를 제시했다.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국민의 자존심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혔다는 점이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6.2 지방선거의 결과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을 것인가? 세종시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거가 끝나도 서로가 자기 고집만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유엔 안보리에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하는 등 분열과 반목이 거듭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국가 차원이나 민족 차원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통된 '그 무엇'을 갖고 있지 못한 때문이다. 공통된 '그 무엇'이 없이는 국격의 제고도, 국가의 미래도, 민족의 통일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지금 중국에서는 유교가 사회주의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세기에는 사회주의의 선두였던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21세기 세계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그동안 탄압해왔던 공자의 '유교'에서 중심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 2천 5백 년 전에 탄생한 공자의 '유교'가 50여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중국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정신이 될 수 있고, 경제대국 중국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도덕적, 문화적 가치라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다시 중국의 국격을 결정짓는 중심철학이자 가치가 되고 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 천황제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것도 '천황제도'가 일본 국혼의 상징이며, 국민적 통합과 국가발전의 근간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계 강국들은 다른 나라와의 경제적 시장 통합과 군사적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국가경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혼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국혼은 모든 국민이 계층적, 종교적, 지역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마음으로 따르고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 회복해야 할 국혼은 정치적 이해나 경제적 이해 또는 종교적 교리에 의해서 무시되거나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국혼이 바로 서야, 정치도, 경제도, 종교도 바르게 갈 수 있고, 국민들은 합심하여 그 에너지를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다.

국혼은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녹여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원료로 만들어 내는 정신적 용광로다. 그래서 국혼은 대통령도, 기업가도, 정치인도, 공무원도, 군인도, 학생도, 노동자도, 농민도, 주부도 모두가 따를 수 있는 정신적 좌표이며 가치기준인 것이다. 국혼이 국민들의 가슴에서 살아날 때 국민의 인격이 성숙하고, 국민의 자존심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자 선진미래를 창조하는 자신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들어 낸다. 정신은 물질을 만들고, 물질은 정신을 전달한다. 보이는 대한민국의 뒤에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이 있다. 보이는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종교, 복지, 문화, 환경, 인권이라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이 국혼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뿌리정신인 홍익인간과 만난다.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반만년의 민족사를 상징하는 민족혼이자, 대한민국의 국혼이다. 대한민국의 국혼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평화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정신이어야 하기에 동시에 민족혼이어야 한다. 더욱이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은 세계평화의 정신을 갖춘 보편적 인류정신이다.

세계 9위의 경제력과 빠른 경제회복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미국 대통령까지 존경의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이고 전쟁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다.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꿈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 꿈과 희망은 새로운 한민족의 통일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 한국이 세계평화를 위해서, 지구환경을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그려야 한다. 그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 질 때 우리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사랑받고 축복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한민족의 탄생이고, 이를 가능케 할 정신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다.

현재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일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인류가 앓고 있는 빈부격차, 종교 갈등, 인종갈등, 지구온난화문제, 기아문제, 대재난은 국가차원이 아니고, 지구경영차원에서 보는 철학과 관점이 필요하다. 새로운 한민족의 탄생은 지구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홍익인간 정신을 중심으로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의 시대를 열겠다는 간절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 없이 좋은 집이 지어질 수 없듯이, 대한민국과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한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 설계도를 만드는 정신이자 설계의 방향이 바로 국혼인 홍익인간 정신이다. 진정한 국격이 국혼에서 나온다는 이 평범한 진리가 지도자와 국민의 가슴에 닿기를 바란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