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는 마치 축구가 한 나라의 국력이며 대표 문화인양 공 하나에 전지구인이 울고 웃는 범 인류의 축제이다. 비단 선수들만이 아니라 12번째 선수인 응원단들의 응원전 또한 치열하게 벌어진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인정하는 응원단이 있으니 바로 붉은 악마이다. 붉은 악마의 표상은 치우천왕으로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상의 큰 인물이시다. 한인, 한웅, 단군 시대 중 18명의 한웅이 통치하던 배달국의 14대 천왕이 치우(자오지)천왕이시다.

기원전 7199년 안파견 한인이 파내류 산을 도읍으로 남북 5만리 동서 2만리가 되는 한국이란 나라를 세웠고, 기원전 3898년 한국의 마지막 한인인 지위리 한인의 아들 거발한 한웅이 태백산(지금의 중국 섬서성에 있는 태백산)에 웅거하여 배달국이란 나라를 세웠다(한단고기).

우리민족을 배달민족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한웅이 세운 배달국에서 유래한 말이다. 배달국에는 세 개의 명문가문이 있었다. 하나는 곡식을 담당한 고시씨, 다른 하나는 글자와 같은 가르침을 담당한 신지씨, 마지막 하나는 군사를 담당한 치우씨였다.

치우천왕은 당시 배달국의 명문가 치우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나 자부선인을 스승으로 삼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기원전 2710년 39살에 치우는 배달국의 최고 벼슬 풍백에 올라 국정을 다스렸다. 이로부터 쇠를 잘 다루고 신출귀몰한 전략과 용기로 한족(漢族)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던 백전백승의 군신이 된다. 연전연패, 겁에 질린 한족들의 눈에는 뿔 달린 투구를 쓴 치우군대의 모습이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천상의 무서운 괴물처럼 보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동두철액(銅頭鐵額, 구리머리 쇠 뺨)이라고 했을까? 광물을 다루는 구야(九冶)라는 기술부대를 운용할 정도로 쇠를 잘 다루었기에 쇠 철(鐵)자의 원래의 글자는 金+夷 자로 동이족의 금속이라는 뜻이다.

한나라 유방도 출병 할 때마다 산동성에 있는 치우묘에 가서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치우천왕은 우리민족 뿐만 아니라 중국민족에게까지 군신으로 섬겨졌다. 그러나 치우천왕은 전쟁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치세에도 뛰어났다. 산과 계곡을 뚫어 길을 내어 교통의 발달을 도모한 벽토지(闢土地), 광물을 뽑아 제련사업을 일으킨 흥산(興産), 작병(作兵) 및 연병(鍊兵)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숭생중물(崇生衆物), 즉 살아있는 생명체와 온갖 물상의 존귀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치세이념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바로 한민족을 한민족답게 하는 홍익인간의 치세이념인 것이다. 치우천왕은 그야말로 문무겸전의 이념으로 겨레의 앞날을 열고자 땀 흘렸던 것이다.

이 정신을 알게 모르게 이어 받은 ‘붉은 악마’는 전 세계에 두 가지 기적을 널리 알렸다. 하나는 분단 이후 반세기 이상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 속에 또아리 틀고 있던 레드 콤플렉스의 해소이며 다른 하나는 ‘악마’라는 단어의 종교적 고정관념을 멋지게 넘어선 것이다. 질서와 화합의 상징인 붉은 악마가 단지 열렬한 축구응원단이 아니라 지구평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되기를 우리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닌가.

월드컵 열기가 새롭게 달아오르는 요즘 월드컵과 붉은 악마를 통해 결집된 국민적인 신명과 희망의 자신감을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가져가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궈낼 것을 확신한다. 그러기에, 정말로 그러길 원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12번째의 선수가 되어 11명의 선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넘어 어디까지든지 기꺼이 함께 뛸 것이다.

지구 끝까지, 이 세상 끝까지!

글, 그림 원암 장영주 | (사)국학원 원장(대) 및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