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학원(원장직대 장영주)은 지난 5월 29일 오후 1시,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동아시아 천손문화와 치우천왕’을 주제로 제20회 정기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학술회의에서 오는 6월 11일 개막하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뤄낸 12번째 태극전사 ‘붉은 악마’가 상징하는 치우천왕을 재조명했다. 치우천왕의 역사적 진실성과 학문적 가치를 마련하는 학술대회였다.

국학원 관계자는 “학술회의를 통해 역사 속에 살아있는 치우천왕의 기록과 중국 하북성 탁록과 산동성을 중심으로 실재하는 치우 관련 유적 등을 연구해서 진실을 밝혀 나가고자 했다. 또한 치우천왕 시대의 통치철학과 한민족 천손문화 사상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토론의 장을 펼치고자 개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 기록을 보면, 치우천왕은 동이족의 천자(天子)이며 배달국의 14대 임금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우리 교과서에는 언급조차 없이 한낱 신화나 전설로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중국은 최근 중화삼조당(中華三祖堂)에 황제 헌원, 염제 신농과 함께 치우천왕을 중국의 3대 조상으로 모시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치우천왕이 동이족의 수장이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오히려 동이족의 매우 포악한 임금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을 통하여 치우천왕을 중국 조상 중의 하나로 탈바꿈해 놓은 것이다.

▲ 주제발표가 끝난 후 서영대 인하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제1부 연구발표는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의 <동이족의 천자, 치우천왕 연구>, 나선화 서울시 문화재위원의 <치우시대와 한국 옹기문화의 원류>, 박정학 한배달 치우학회 회장의  <치우천왕의 금속무기 제작과 청동기 편년>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어 제2부 연구발표는 윤열수 가회박물관장의 <‘치우’ 이미지에 대한 민속학적 접근>,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의 <동아시아 선도문화와 ‘치우천왕’>으로 마무리되었다.

나선화 위원은 발굴 유물을 통해 지금도 남아있는 옹기 문화가 치우천왕 시절부터 이어져 왔음을 설명했다. 박정학 회장은 기원전 20세기로 추정되는 한반도 청동기 문화의 기원을 치우천왕 시대인 기원전 25세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경희 교수는 치우천왕으로 상징되는 우리 민족의 신인합일 사상이 어떻게 내면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선도수행으로 이어졌는지 발표했다.

동북아시아의 역사 왜곡 공방 속에서 배달국 14대 치우천왕을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재조명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찾고 우리 상고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