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란 가족家族이라는 구성원에 공간을 뜻하는 정庭을 합한 말로 피를 나누거나 그와 같이 친밀한 이들이 어우러져 사는 인적, 공간적 관계를 뜻한다. 영어권의 패밀리family와 하우스house가 어우러져 홈home이 된 것과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은 가장 안락한 휴식처요, 가장 행복한 배움터요, 사랑을 익히는 핵심적인 최소의 단위가 된다.

각기 따로 태어나고 자라던 남녀가 하나 되는 보금자리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며 세대 간의 은혜를 깨닫는 거룩한 시공간이다. 결혼은 혼의 결합이라고도 하니 혼이란 어떤 개체나 집단의 모습이 사라져도 흩어지지 않는 그 무엇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결혼을 어떻게 보셨을까. 결혼의 핵심인 부모와 잉태와 출산과 교육은 어떻게 행사 하셨을까.

4343년 전 단군 47대 중 제 1대 단군왕검께서는 단군 팔조교 檀君八條敎의 조서를 내려 ‘조선朝鮮’ 개국의 가르침으로 삼으셨다.

제1조부터 5조까지를 보면 인간의 생명과 정체성을 주신 하늘이 바로 부모님이라는 깨달음의 가르침과 부부와 자녀에 대한 사랑과 훈육으로 이루어져있다. 제 1조와 2조는 하늘의 본모습을 알려주시고 제 3 조에서는 “너희가 태어남은 오로지 부모님으로부터 연유하였으며, 부모님은 하늘에서 강림하셨도다. 오로지 부모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 하나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며, 이것이 나라에까지 미치니 충성과 효도이다. 이 도道로써 부지런히 힘써 정도正道를 이룬다면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반드시 먼저 벗어나리라.” 고 가르치신다. 지금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와 같지 아니한가.

제 4 조는 “하늘을 나는 새와 땅을 다니는 짐승도 짝이 있고, 다 떨어진 신발도 짝이 있나니 너희들 사내와 계집은 서로 화합하여 원한 하는 일이 없게 하고, 질투함이 없게 하고, 음탕함도 없게 하라.”고 부부의 도를 가르치신다. 어찌 지금의 “짚신도 짝이 있다.”와 다르랴. 제 5 조에서는 “너희들은 열손가락을 깨물어 보아라. 손가락이 크던 작던 똑같이 아프지 아니한가. 서로 사랑하되 헐뜯음이 없고, 서로 도와주되 서로 다툼이 없다면 가정도 나라도 모두 부흥하리라.”라면서 편애를 경계 하신다. 4343년 전의 가르치심이 상기도 우리의 뼈와 피로 살아 이어져 오고 있다. 실로 놀랍고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또, 태어난 아기는 뇌파를 순수뇌파로 순화시키기 위하여 단동치기壇童治基를 개발, 구체적인 단동십훈檀童十訓의 가르침을 남기셨다. 이는 단군들께서 배달의 아기들에게 삶의 기본을 가르치신 육아법으로 장구한 역사를 넘어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가슴에 고여 있다.

‘단동 십훈檀童十訓’
일 ‘불아, 불아’ 태양같이 만물을 비추는 사람이 되라. 太陽昻明 人中天地一
이 ‘달궁 달궁達窮達窮’ 궁극적인 존재에 도달하라. 性通 功完
삼 ‘도리도리道理道理’ 하늘의 도와 땅의 이치를 깨달아라. 降在爾腦
사 ‘젬젬’ 원래 ‘주앙주앙’主仰主仰으로 네 안의 주인인 하늘만을 숭앙하라면서
악력을 길러 장생의 바탕이 되게 한다.
오, ‘건지곤지乾知坤知’ 하늘과 땅의 에너지를 장심에 익혀 약손이 되어라.
육, ‘길나비 훨훨’ 너를 깨달음의 길로 훨훨 안내하고 보살피는 존재가 있음을 믿어라.
칠, ‘짝짝꿍 짝짝궁作作宮作作宮’ 양기와 음기가 짝짝 합궁하면 창조가 일어나니
박수로 온 몸의 기운을 돌려 전하는 법을 터득하라.
팔, ‘깍궁 깍궁覺宮覺宮’ 아가야, 네가 곧 깨달음의 궁전이다.
구, ‘섬마섬마’ 스스로 서서 일어나서 자립, 자강하라.
십, ‘자장자장(慈掌慈掌)’ 엄마(할미)손은 약손이니 괴로움, 고달픔, 화냄으로
들뜬 뇌파도 자작자작 잦아들어 평화롭게 잠들어라.

아득한 옛날부터 단군님들이 손수 아이들을 길러내신 하늘 닮은 교육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가정과 국가와 인류의 근간이 ‘효孝’임을 세세손손 이어온 생생한 가르침으로 뼈에 새겨져 내려오는 홍익문화의 골간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가정문화는 “21세기에 한국의 효 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문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라고 설파한 ‘게오르규’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세계인의 찬탄과 부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하늘도 땅도 병들어 있으니 이는 사랑을 체득하고 전달할 인간을 양성해야 할 중심인 가정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 병을 치유 하는 길이 바로 나와 민족과 인류를 함께 살리는 홍익가정 운동이며, ‘인간과 하늘과 땅이 본디 하나’라고 하는 한민족의 국학인 것이다.

크게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한얼, 곧 국학이야말로 지상의 모든 가정이 온전한 하늘나라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땅위에 건강, 행복, 평화가 온전히 실현되는 그 날까지 모든 부모와 자녀들은 어울림의 정성어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그림 원암 장영주 (사)국학원 원장(대) 및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 이 칼럼은 [충남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