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이 다스리던 환국시기 천손문화의 흔적인 홍산지역 사해문화의 용 유적.

 한국선도의 대표적 선도사서「부도지」에서 인류의 원래 모습은 ‘의식(天)·마음(人)·몸(地)’의 온전한 균형을 지켜갔던 천인(천손)이다. 이러한 균형이 깨어지고 몸(地)의 감각적 욕망에 치우친 ‘지손’으로 속화되면서 경쟁과 지배로 점철된 현생 인류사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황궁씨는 ‘소리를 냄으로써(調音)’ 깨어진 율려의 질서를 바로잡았다.’고 한다. 사람의 ‘의식·마음·몸’은 기 에너지로는 ‘빛·소리·파동’으로도 설명된다. 마음에 해당하는 소리는 ‘의식·마음·몸’을 바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기에 황궁씨가 천손으로서 수행문화를 지켜갔던 모습을 읽어내게 된다.

또한 황궁씨는 장자 유인씨有因氏에게 천부를 전승하고 나머지 아들들에게는 사해(四海, 온 세상)를 돌아다니며 천부를 알리게 하였다. 이것이 ‘천손문화’를 널리 알리는 ‘순행巡行’ 제도의 시작으로 단군조선시대까지 지속되었다.

유인씨는 사람들에게 천손문화를 전수하기에 앞서 일차적으로 불 사용법을 가르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류가 새롭게 맞닥뜨린 위험하고 거친 삶의 조건들을 개선해 갔다. 사람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당시의 사람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천손문화를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알려갔던 것이다.

유인씨의 천부는 환인씨로 이어졌다. 『부도지』와 쌍벽을 이루는 선도사서『한단고기』에서는 환인씨의 환국의 위치나 강역, 문화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실려 있어 자칫 신화나 전설로 오인될 수 있는 환국을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내 준다.

환국의 위치는 파나류산 아래로 비정되는데 파나류산은 현재의 파미르고원이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갈려나온 천산산맥이 환국의 원향原鄕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환국은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구다천국, 일군국, 우루국, 객현한국, 구모애국, 매구여국, 사납아국, 선비이국, 수밀이국의 12한국 연맹체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거주민은 9황 64민, 강역은 대략 남북 5만 리에 동서 2만 리라고 한다.

역년曆年은 3301년 또는 63182년인데, 일반적으로 3301년 설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환단고기」의 연대 상정법에 의하면 기원전 7000년 전후한 시기에 해당하니 현재의 고고학 지식으로 보면 신석기시대에 해당한다.

신석기시대를 대변하는 빗살무늬토기, 거석문화, 채도 등의 지역적 수준 차이가 매우 컸던 점을 고려해 보면 당시 각처에 흩어져 있던 여러 종족의 문화적 층위는 대단히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국 또한 정치나 강역 등 모든 방면에서 대단히 느슨한 연맹체의 형태를 취하였을 것인데, 그럼에도 이를 동일한 하나의 단위로 바라보는 것은 12단위가 ‘천손문화’라는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면서 상호 긴밀하게 연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연대의 중심에는 천부의 전승자이자 천손문화의 중심인 환인씨가 있었다. 역대의 환인씨는 안파견환인, 혁서환인, 고시리환인, 주우양환인, 석제임환인, 구을리환인, 지위리환인(또는 단인)의 8대로 기록되는데, 8인의 인물일 수도 있고 8계통을 지칭한 것일 수도 있다.

환인씨가 전승한 천손문화는 ‘의식·마음·몸’의 삼원 수행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내면에 자리한 본연의 밝음을 끌어내는 ‘광명(밝, 박달, 배달)문화’였다. 환국이나 환인의 첫머리인 ‘환(한)’은 ‘밝음’의 의미이다. 실제로 밝음을 숭상하여 태양을 신으로 삼아 아침에는 돋는 해에 절하고 저녁에는 뜨는 달에 절하였다. 

이렇게 ‘천손문화’의 중심에 밝고 큰 ‘스승’ 환인씨가 있고 그 뜻이 높고 간절함에 사람들이 천제의 화신으로 일컫고 감히 배반하는 자가 없었다고 한다. 환국 천손문화의 중심이 역대의 환인씨이었기에 후대 한국선도 삼성三聖의 첫머리에 환인이  놓였다.

1980년대 이래 중국 요서지역에서는 많은 신석기, 청동기 문화 유적군이 발굴되어 선도사서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증명해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측은 더욱 발빠르게 움직여 신화·전설 시대의 기록들을 재구성하는 하상주단대공정, 탐원문화공정 을 진행, 최종적으로 ‘요하문명권’을 설정하여 중국문명의 시원지로 비정하였다.

요서지역의 많은 문화유적 중에서도 잘 정비된 집단 거주지가 나온 흥룡와문화(기원전 6200년 부터), 천손문화의 ‘새’ 상징이 등장하는 조보구문화(기원전 5000년 부터), 새 상징과 짝을 이루는 ‘용’ 상징이 등장하는 사해문화(기원전 5600년 부터) 등은 환국시기 천손문화의 흔적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특히 새와 용의 상징은 ‘의식·마음·몸’ 중에서 마음의 확고한 중심 하에 몸(용) 차원에 치우친 삶의 방식이 의식(새)의 차원으로 진화되어 궁극적으로 크게 밝아지는 천손 수행문화의 대표적 양대 상징물이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