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0월 28일 미국에서 개최한 ‘칼러풀 차이나’공연에서 가야금, 한복 등을 중국 문화의 일부로서 소개했다.

지난 10월 28일 미국의 죤스 홉킨스 대학에서 경악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민족박물관과 중국 영사관 등 중국 정부 단체가 후원한 "Colorful China" 공연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며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에 맞춰 전통 한복, 기생들의 옷과 춤이 선보였고 가야금, 아리랑이 소개되어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배포된 공연 책자도 중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관람했다는 이 행사는, 하나 된 중국을 주제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펼쳐진 ‘정치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중국 조선족의 문화’라는 교묘한 논리를 내세워 세계인들을 상대로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허위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문화동북공정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 농악, 아리랑, 널뛰기, 장구춤을 연변자치주 홍보 영상으로 제작, 전 세계에 배포하고 농악무는 ‘중국조선농악무’란 이름으로 ‘2009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포함했다.

지난 10월에는 한글을 자국 소수민족의 법정언어라고 ISO 국제표준안을 상정하는 이른바 ‘한글공정’을 전개했다. 수천 년에 걸쳐 삶 속에서 발달시켜온 해당 전통문화의 주권국가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위험한 패권주의적 논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자초하게 된 데에는 우리의 잘못이 크다는 것 또한 되짚어 보아야 한다. 한국에서조차 아무도 한복을 입지 않고 한글을 천시하며 국사과목은 선택 과목이 되어버린 이때에, 우리가 우리 것을 스스로 아끼고 지키지 않았던 것에 대한 참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 세대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특히나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마저 무너져 버리면 문화적으로 완전히 잠식당해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화의 총 칼을 들고 맞서 싸워야 할 이때,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문화인 한복을 통해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찾고 지키려는 21세기 新 영웅을 소개한다.

한복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문화 이루어져야”

한복 대중화를 꿈꾸는 동호회 ‘한복 매니아’회원들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사진들.

한복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한복 사랑 이야기, 한복에 얽힌 일화와 정보를 교환하며 한복의 대중화를 꿈꾸는 동호회 ‘한복매니아(http://http://cafe.daum.net/lovehanstyle)'의 운영자 김연화 씨를 만났다.

그녀는 “한복이 너무 예뻐 보여 평소에도 외출할 때 입었으면 했어요. 솔직히 명절도 아닌데 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서기에는 용기가 많이 필요하죠.”라며 “사라져만 가는 한복, 예쁘지만 내가 입기는 쑥스러운 한복,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최소한 몇 명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난 10월 30일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어요.”라고 했다.

두 달 만에 회원 200여 명이 가입했다. 카페에서 회원들은 자신의 한복도 소개하고 한복 입은 자신의 모습도 찍어 자랑하며 유용한 정보도 교환한다.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한복을 선물한 이야기, 한복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 등이 생생하게 올라와 있다.

김연화 씨는 한복에 관한 그녀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번은 서울시내 고궁, 미술관, 박물관에 한복을 입고 오면 연중 할인혜택을 준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혼자 한복을 입고 거리로 나섰죠.. 지하철과 버스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웬 한복? 괴짜인가? 아니면 관광 가이드?” 이런 시선으로 쳐다보더군요. 고궁에 갔지만 기사와 달리 할인 혜택은 없었죠. 오보인 거죠. 첫 나들이에서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과 한복을 편안하게 즐길 만한 환경도 마련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라며 “한복을 자랑스러워하고 세계화하자고 외치지만 우리가 입지 않는 한복을 소개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카페 운영자 김연화 씨는 “일본 젊은이들은 성인식 때 꼭 기모노를 입고, 길에서도 기모노 입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복을 입고 싶다고 하니 주변의 지인들이 “유명해지고 싶으냐?”고 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평상복으로 한복 입은 사람이 많아져 평범하게 마음껏 입고 다닐 수 있는 날을 꿈꾸죠.”라고 했다.

그녀는 끝으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전통이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키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고 아껴왔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를 이어 살아가게 될 후손들이 당당한 문화 자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그녀의 일침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학신문 1월호 4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