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시인 조재도 못난 얼굴들이 사진 속에 들어 있다빛바랜 벽지 못대가린 녹이 슬고파리똥 액자 속에마당 가 화단에 분꽃도 피어 있다 한 가족 언제부턴가 따로 떨어져눈앞의 그리움으로 오는 얼굴들 이백만 원 빚 얻어 밥이나 굶지 마라 떠나보낸둘째 녀석이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취직하여털쉐타 부쳐 온 스무 살 난 딸년이추녀 끝 빗방울에 소슬히 맺혀 있다 이제나저제나 함께 모일 날 헤아리며비 오면 흙일 잠깐 손에 놓고 성근 베 가르시며한 올의 실낱으로 그리움을 이어가는 어머니 마당 가 유리병 박아 만든 꽃밭비에 젖어 분꽃 흔들리는데요즘 세상 애
슬픈 인화(印畫) 시인 조재도 어둑새벽빈속에무 한쪽 저며 먹고풀대궁처럼야윈 어머니알무릎 세워서리서리 이어가는가늘은 삼줄.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소개 조재도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대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후 1985년 지 사건에 이어 1989년 전교조
그믐달 시인 조재도 마디마디 구릿빛 손마디에끼인 어머니의 금반지 고단한 농사일에둘레 한쪽 일그러져그믐달처럼 이지러져철렁 내려앉는 내 가슴에자옥자옥 번지는알싸한 슬픔.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꽃자리 시인 조재도 뒤울안감나무 앵두나무 라일락 나무아침부터 어머니풀을 매신다 뭘 거기까지 매고 그러세요, 하자조금 있으면 꽃 떨어질 텐디꽃자리 봐 주면 좋지 않간 아, 꽃자리꽃 질 자리 꽃을 피우는 건 나무의 마음이지만꽃 질 자리 봐 주는 건사람의 마음 어머니 손길이 다녀간 곳환한 그늘에 소복이 떨어질감꽃 본다앵두꽃 본다.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소개 조재도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
어머니의 부엌 시인 조재도 대낮에도 어머니의 부엌은 어두컴컴하다질그릇 빛 그늘에 깊이 잠겨 있다 아침 해 발끈 떠 방안에 환히 비쳐올 때달고 슴슴한 밥 짓는 내음이문틈을 헤집고 올라도 오던 곳 솥뚜껑 여닫는 솰그랑 소리똑똑똑 마늘 다지는 분주한 소리먹이고 거두느라 노역의 나날 끊일 새 없던그곳에서 나는 여러 번 보았다 매캐한 솔가지 연기 가슴 앞섶에 스미면눈 깜작이며 지우던 눈가의 물기를수심의 빛 눈썹 끝에 서려재처럼 가라앉던 긴 긴 한숨을 귀 떨어진 종구락과 김칫독이 놓여도 있던 곳찬장 밑 생쥐가입가심할 무 조각 물어도 가던 곳
설날 아침 시인 조재도 닭 국물에 나부족히 썬 떡국을 한 사발 먹고 세배하러 가는 길, 고샅엔 눈 쓸은 대빗자루 자국이 선명하기도 하였다. 감나무며 호두나무 가지에 걸어놓은 시래기 단에서 쌓인 눈 제풀에 풀풀 떨어지고, 외갓집 함석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벌써 토방엔 신발이 그들먹하였다. 객지에서 명절 쇠러 온 사람들이 개다리소반에 돼지고기 찌개를 놓고 동동주를 마시고, 수염 허연 외할아버지가 돋뵈기를 쓰고 등을 구부린 채 토정비결을 보았다. 가느스름히 눈을 뜨고 구릿빛 손마디로 글자를 짚으며 점괘를 읽으면, 일순 방안이 조용하기도
고사리 시인 조재도 집집마다 보일러를 놓아산이 우거져고사리도 쉬 꺾기 어렵게 되었다고어머니는 걱정이시다 고사리도 아무 데나 나는 게 아니라고산골짜기 어디쯤많이 나는 곳이 있다고그곳을 알고 있는데바빠서 통 갈 틈이 안 난다고고추밭 비닐을 덮으며어머니는 걱정이시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을알고 계신 어머니는그새 누가 꺾어 가지 않았는지그게 걱정이시다.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소개 조재도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어머니 시인 조재도 어머니, 하면눈물부터 난다눈 뜨면 허리 굽은 흙 노동에헐렁한 몸뻬바지온종일 종종걸음치시던 일평생 병신 자식 끌어안고*다글다글 속 썩으며볏짚처럼 마르신 어머니이따금 안부 전화하면걱정 마, 여긴 아무 일 읍써니들만 잘 있으면 되여전화기 너머갈라진 쉰 목소리에얼른 끊어, 전화세 많이 나온다 어머니제가 처음 배운 엄마라는 말은제 시의 근본이 되었고이 세상의 모든 말과 연결되었어요들일 산일 집안일에손마디 휘도록 일하시다잠시 허리 펼 짬이 나면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도구성지게 부르시던어머니, 지금은 시골 원태비 밭에 묻혀앞
작은 나라 시인 조재도 요강도 오줌장군도 무명이불도까마중도 개똥참외도 겉보리 밀대 짚도 지닢국도 황새낫도 어렝이 간드레불도골단초꽃도 새우젓 독도 모과 빛 불빛다듬이 소리왈칵 등잔 엎질러 나던 석유 내음도.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소개 시인 조재도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삼동(三冬) 시인 조재도 윗방 문지방 머리골파는 춥다 한 발 가웃 내린 눈발 속지새는 삼동(三冬) 자고 나면 족제비 발자국이닭장 둘레를 맴돌았다.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시인 조재도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대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후 1985년 지 사건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