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초여름 더위가 찾아든 계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대나무 숲에 들어서면 서늘하고 가슴이 시원하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대숲이 있는데 특히 아름다운 대나무숲을 볼 수 있는 여행지로는 전남 담양 소쇄원과 죽녹원, 경남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을 꼽을 수 있다.푸르고 마디져 올곧은 성정을 상징하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나무는 죽부인, 참빗, 대바구니처럼 우리 삶에도 깊이 녹아들었지만, 호국과 관련된 신비한 설화가 많다.“(신라 31대) 신문왕 때 동해 가운데 홀연히 한 작은 산이 나타났는데, 형상이 거북 머리와 같았
490년 전, 소쇄옹 양산보가 담양의 깊은 골짜기에 자신의 삶을 바쳐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세계와 조선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아 조성한 소쇄원瀟灑園. 소쇄원은 우리나라 별서정원의 표본이자 정수로,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아침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감을 주는 산들로 둘러싸인 소쇄원의 초입에서 만난 것은 10미터를 훌쩍 넘는 굵고 키 큰 왕대숲 오솔길이었다. 완만하게 구부러진 길을 걷다 보면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며 대나무 잎이 바람결이 나풀나풀 꽃잎처럼 떨어져 속세와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설렘을 안긴다.숲길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도 가을이 찾아들었다. 소쇄원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초가정자인 대봉대(待鳳臺) 위로 단풍이 물들고,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계곡물과 나무 속을 깊이 파 계곡물을 작은 연못으로 나르는 통나무 위에도 단풍잎이 가득하다.
전남 담양 남도의 자연과 그 자연을 사랑한 인간의 깊은 사색이 머문 우리나라의 별서, 소쇄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별서정원은 벼슬이나 당파싸움에서 벗어나 자연에 귀의해 전원이나 산속 깊숙한 곳에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만든 정원이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별서정원을 두고 차를 즐기며 독서를 하거나 시문을 즐기고 친구들과 시서화詩書畵를 나누기도 한다.소쇄원 광풍각에 온돌이 설치되어 있으나 식사나 숙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이 더욱 깊어지면 또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